청구파이낸스 사건을 수사중인 부산 남부경찰서는 17일 법인과 가.차명계좌
를 관리해 온 청구파이낸스 비서실 경리직원 김모(22.여)씨 등을 조사한 결
과 김석원(34) 회장이 잠적 직전 39억원을 인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 회장은 34개 계좌에서 지난 10일과 13일 각각 16억원씩 32억원을 인출했
으며 잠적 당일인 14일 오전 국민은행 해운대지점에서 7억원을 인출한 뒤 곧
바로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접수된 것을 기준으로 6천여명의 계좌에 8백여억원의 투자자금이
남아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남아있는 잔고는 2백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
됐다.

이에따라 경찰은 김 회장이 회사경비 및 부동산 구입비 등을 제외하고도 고
객 투자금중 수백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자금관리
를 담당한 비서실 경리직원 이모씨 등 4명에 대한 개인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경찰은 특히 청구가 부동산을 담당하는 박모 감사 명의로 지난해 9월 부산
시 기장군 청강리에 임야 4천5백여평방m를 2억9천만원에 사들이는 등 부동산
을 집중적으로 구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임직원 명의의 부동산이 더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싱가포르로 달아난 것으로 확인된 김회장의 신병확보를 위해 국제형
사경찰기구(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해 놓고 있으나 제3국으로 달아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청구파이낸스가 일반투자자와 직원, 그들의 친인척 등에게
서 끌어들인 돈은 총 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나 남은 돈이 없다"며
"남은 부동산 등을 처분하더라도 1백억원에 불과해 투자자는 최소한 9백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게됐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