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달러당 1백6엔선까지 올라섰다.

한국증시에서 엔고는 호재중의 호재로 꼽혀왔다.

수출경기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실적호전을 기대한 외국인들의 자금을 흡입하는 촉매역할도 해왔다.

그래서 "엔고=주가 상승"이란 등식이 성립돼왔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움직임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데도 외국인은 순매도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사자"에 나서질 않는다.

신호등은 "파란불"로 바뀌었지만 엑셀러레이터를 밟지않는 형상이다.

외국인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증시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불안"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내재하고 있어 일단 차익실현을 하면서
지켜보자는 쪽이 많다는 얘기다.

<> 달라진 투자패턴 =외국인은 과거에 엔화가치가 올라가면 주식을 사고,
떨어지면 파는 모습을 보여왔다.

예컨대 작년 1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외국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를
보였다.

당시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33엔에서 1백25엔으로 올랐다.

그러나 엔화가치가 다시 1백33엔까지 떨어지기 시작한 3월 4일부터는
순매수와 순매도가 일별로 엇갈렸다.

엔화가치가 1백30엔대에서 1백46엔까지 떨어졌던 4월에서 8월 12일까지는
순매도를 기록한 날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혀 양상이 다르다.

엔화가치가 1백20엔대에서 1백10엔 밑으로 올라간 두달간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지속되고 있다.

1백10엔 이하로 상승하면서 매도세가 다소 줄어들었을 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증시 조정기간을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엔고보다는 한국시장의 가변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무슨 생각 =여러가지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금융시장의 불안을 꼽는다.

대우그룹문제로 불거진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 외국인이 아직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엔고라는 호재보다는 잠재된 악재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래서 일단 오른만큼 이익을 취하겠다는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 축소를 들 수 있다.

MSCI지수의 한국편입비중이 축소되면서 일부 펀드의 경우 한국에 투자하는
절대금액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

또 과거에는 엔화가치와 원화가치가 연동해서 변화했다.

그러나 최근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따라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그만큼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 향후 행보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모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템플턴펀드의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연말에 1,300에 달할 것으로 전망,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한국증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 아직
산재해 있어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엔고나
반도체 활황등 증시여건은 어느때보다 좋아지고 있어 금융불안만 어느정도
가시면 외국인이 다시 경쟁적으로 "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 조주현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