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방향은 엔고, 고유가, 고금리의 "3고"다.
우선 엔화가 연일 초강세 행진이다.
14일 뉴욕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치가 한때 달러당 1백5.30엔까지 뛰었다.
3년4개월만의 최고치다.
국제유가도 자고나면 올라가는 형국이다.
13일 뉴욕시장에서는 WTI(서부텍사스중질유) 10월 인도물이 배럴당
24.21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조만간 배럴당 25달러 돌파를 점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등 국제금리도 들먹거리고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맞춰 정부의 경제운용이나 기업들의 경영도 지금까지
보다 한결 기민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경제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 경제는 대우사태와 개혁에 따른 각종 불안요인이 반도체 특수,
엔화 강세에 의해 가려진 상황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호재요인이 사라지면 곧바로 누적된 악재들이
한꺼번에 분출된다.
엔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처럼 긍정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안주해서는
안된다.
엔고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다 보면 구조조정 의지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기업들은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더욱 심화될 산업간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외화포지션도 조정해야 한다.
엔고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대외자산이나 외환보유고를
기존처럼 달러화 일변도로 가져 가서는 곤란하다.
가치회복이 기대되는 엔화나 유로화 비중을 늘려 나가야 할 것이다.
유가상승은 대외수지에 직격탄을 날린다.
산업자원부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원유수입비용은 8억7천만
달러 늘고 수출은 1억7천만달러 줄어든다.
무역수지 흑자가 10억4천만달러 감소하는 셈이다.
현재의 유가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내년에는 원유수입비용 증가에 따른 흑자
감소폭만도 무려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상승은 물가에도 부담을 준다.
이에대해 산자부는 유가가 배럴당 25달러를 넘어서면 비축유 방출과 함께
최고가격제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고가격제 도입은 시장의 왜곡 등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공법은 기름을 아끼는 것이다.
차량 10부제 운행 등 에너지 절약시책이 시급하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전환하는 노력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제금리 상승에 대해서도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
내외금리차를 감안할 때 국내금리도 상승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를 억지로 누르려 할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인위적으로 금리상승을 억제하면 자금운용의 왜곡과 경제거품화를 촉진시킬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이에 대비해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경기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성장율 등 거시경제 성과와 정치일정을 의식하다가는 경기를 과열로 치닫게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의 경제성과가 골고루 확산될 수 있도록 각종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한상춘 <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