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서 모이는 APEC 정상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APEC의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송유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APEC정상회의에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APEC회원국 정상들의 만남이 "오는 11월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APEC회원국 간에 의견을 조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클랜드 APEC정상회의 의장국인 뉴질랜드는 지난 10년간 정상회의의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회원국들의 불만을 의식해 APEC에 대한 역내 지지기반
확대를 포함한 4가지 전략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무역 및 투자 자유화와 원활화(TILF, Trade and Investment
Liberalization and Facilitation)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 이룩 <>경제위기
에 대한 신뢰성 있는 대응방안 마련 <>외환위기 같은 경제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기관과 인력의 능력 강화 등이 그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비관세 장벽 제거 등을 통해 역내 기업활동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과 금융감독 경쟁원칙 등에 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역내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 경제위기의 교훈 및 향후 경제정책 제시 =올해 APEC정상회의는 금융
불안정에서 출발한 역내 경제위기가 회복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열린다.

따라서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된 정책과 경험을 교환해 "선례
(best practice)"를 발굴해내는 것이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목표중 하나다.

한국도 지금까지의 경제회복 및 구조개혁 성과를 적극 홍보해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위기극복과 재발방지를 위해 위기당사국간 정책대화를 추진하고 빈부격차
를 비롯한 APEC회원국간 경제적 불균형 해소의 필요성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 APEC이 WTO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논의 =이번 APEC정상회의가 시기적
으로 WTO각료회의 직전에 열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APEC이 지속적으로 자유무역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해 온 만큼
WTO 뉴라운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전에 APEC회원국들의 이견을
조율함으로써 뉴라운드에서 APEC의 입장을 적극 반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뉴라운드의 협상기간 협상범위 협상방식 등에 대해 APEC회원국간에
구체적인 의결조율이 있을 예정이다.

또 WTO에 아직 가입되지 않은 중국 대만 베트남 등이 조기에 가입될 수
있도록 APEC차원에서 지지를 표명할 것이 예상된다.


<> 경제.기술협력(Ecotech, Economic and Technical Cooperation)
= Ecotech는 개발도상 회원국들이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로부터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정된 APEC 기본의제 중 하나다.

이는 결국 회원국간의 격차를 줄여 지속적인 성장과 균형된 발전을 꾀하려는
시도다.

지난 10년 동안 APEC의 다른 한 축인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는 지속적으로
논의된 반면 개도국의 이해가 걸린 Ecotech는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성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집중 제기될 전망이다.

나아가 인적자원 개발, 중소기업의 역동성 강화, 미래를 위한 기술 확산 등
기존에 제기된 주제들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 APEC이슈에 대한 이해와 지지 확대 =APEC이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역내 주민들이 APEC의 활동에 관해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회원국 공통의 진단이다.

APEC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역내 주민들의 지지가 필수적인 만큼 이를
끌어내기 위한 여러 방안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검토된다.

학계 관계 여성단체 청소년 등 광범위한 계층이 APEC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한국은 "여성참여 확대를 위한 틀(framework)"이 채택되도록 노력하고
내년 9월 개최예정인 "APEC 청소년 기능 캠프"를 적극 소개할 계획이다.


<> 유전자변형등 뉴이슈 부상 =미.일 양국이 주도해 유전자 변형작물에
대한 무역규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을 공동선언에 담게 될 것이라고 최근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은 유전자 변형작물의 규제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소극적인 입장을
바꿔 최근 일본측에 문서로 규정 제정에 관한 협력을 요청했으며, 일본측도
원칙적인 지지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같이 방향을 전환한 것은 APEC 선언을 계기로 오는 11월 말부터
시작되는 WTO 뉴라운드 협상에서 유전자 변형작물 분야의 무역 규정 제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병충해에 강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곡물에 대해서는
유통과정에서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신품종에 대한 검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유전자 변형작물이 주력 수출품이 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런
일본과 EU의 움직임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농업 관계자들 사이에 높다.

미국이 그동안 규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온 이유이다.

그러나 미국은 유전자변형 작물의 규제와 관련, 자국에 완전히 불리한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일정한 룰의 도입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일본경제신문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달 오부치 게이조 총리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