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틀째인 8일 오후 권희로(71)씨는 경주시 구정동에 있는 사회복지
법인 나자레원을 찾아 20여명의 일본인 할머니들을 위로했다.

권씨는 할머니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면서 "여러분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 살고 있지만 부모와 친구들을 마음속에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며
위로했다.

그는 "제가 한국사람이지만 일본 땅에서 태어나 살아왔기 때문에 일본이
고향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데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
이라고 말했다.

일제시대 징용당한 한국인을 만나 한국으로 건너와 살다가 남편이 죽은 뒤
갈 곳을 잃고 이곳에 정착한 일본인 할머니들은 권씨의 이 말에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듯했다.

권씨는 "일본사람에 대한 미움은 없습니다. 단지 민족을 차별하는 사람을
증오해 그들과 전쟁을 벌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권씨는 일본에서 수감생활중 어머니를 그리며 푼푼이 모았던 5만엔을 지난
6월 박삼중 스님을 통해 나자레원에 전달했었다.

이에 앞서 권씨는 이날 오전 부산시 오륜직업전문학교(옛 부산소년원)를
찾아가 "어머니를 잊어선 안된다"며 가족 사랑을 강조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l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