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대형빌딩의 리노베이션 붐이 불고 있다.

리노베이션은 골조는 그대로 두고 외관 및 내부를 손질해 새로운 건물로
탈바꿈시키는 건축기술이다.

신축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돈이 적게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노후한 건물이 많은 광화문 안국동 일대를 중심으로 리노베이션을
실시하는 대형건물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동안에는 주로 중소빌딩이나 상가건물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올들어
대형 업무용빌딩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63년 건립당시 국내 최고층 건물(13층)이었던 서소문 제일화재
빌딩(연건평:2천6백75평)은 리노베이션을 통해 이달 완공됐다.

이 건물은 기존 골조만 남겨두고 건물 내, 외벽과 구조를 모두 개보수했다.

마감재로 알루미늄패널과 파스텔유리를 써 마치 새로 지은 건물처럼
보인다.

건물을 바꾸는데 들어간 비용은 1백30억원.

공사기간은 조사기간과 설계변경기간을 제외하고 18개월 정도 소요됐다.

65년 준공된 소공동 옛 상업은행 본점 13층 건물(4천3백91평)은 내부기능
까지 개선하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아파트로 바뀔 예정이다.

컨설팅은 맡은 SGS컨텍트의 최현묵 팀장은 "재건축을 할 경우 용적률과
건폐율의 제한을 받아 현재 건물의 3분의 2수준으로 축소돼 리노베이션을
택했다"며 "리노베이션을 통해 전체 공사비의 30~40%를 차지하는 골조비를
아낄 수 있고 기간도 6개월밖에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겉모습을 바꾸는 리노베이션은 더욱 활발하다.

충무로에 있는 14층건물인 삼윤빌딩은 드라이비트와 알루미늄패널을 마감재
로 사용해 2개월만에 건물 외관이 바뀌었다.

화장실 신축공사까지 곁들여 총 비용이 7억원정도 들어갔다.

(주)가이 인터내셔널이 시공한 15층 태평로 제일화제빌딩 인근 광학빌딩
(1천8백79평)과 13층 태평빌딩(1천3백87평) 등도 최근 건물의 외관을 새롭게
단장했다.

광학빌딩을 리노베이션 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7억8천만원.

전면과 뒷면만을 바꾼 태평빌딩은 2억8천만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명동에 있는 SK유통 사옥(4천50평)도 외벽 마감재를 바꾸는 방식으로
리노베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SK사옥은 지난 71년도에 완공된 19층 건물이다.

시공을 맡은 (주)윈도우하우스측은 건물 외관을 바꾸는데 3개월의 기간과
17억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광화문, 남대문 일대 등 서울 도심에서만 10동 이상의 업무용
빌딩들이 올해 리노베이션을 추진중이다.

리노베이션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재건축을 할 경우 건폐율, 용적률,
주차공간, 조경, 도로에 의한 사선 등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비용이 덜 들고 공사기간이 짧은 것도 리노베이션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외, 내부 마감재와 구조등을 바꾸는 큰 규모의 리노베이션도 재건축비용의
30~50%면 충분하다.

단순히 외부 마감재를 이용, 외벽만을 바꾸는 경우는 외벽 1평방m당
3만~8만5천원 정도면 가능하다.

공사기간은 개보수하는 정도와 건물규모에 따라 다르며 대형빌딩은 20개월
정도 소요된다.

앞으로 업무용 빌딩의 리노베이션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층 이상 건물 건립을 금지하는 등 사대문안 지역의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서울시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노베이션 컨설팅업체인 건물변신의 강연식 사장은 "일본, 미국 등의 경우
리노베이션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최근 대형건설업체들
이 뛰어들면서 리노베이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경봉 기자 kg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