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해외매각이 실패했다.

인수후보자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은행이었다는
점에서 매각실패는 서울은행 정상화를 수년간 더디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4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넣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병에 걸린 환자의 껍데기를바꾸는 외과수술일 뿐이다.

국제금융기관을 경영해본 전문가를 은행장으로 영입해 경영혁신을 도모하는
내과수술을 병행한다지만 올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엄청난 연봉과 확실한 권한보장없이 누가 부실은행에 발을 담그겠는가.

설령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외국인경영자를 데려오더라도 경영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능력발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자에서 HSBC가 서울은행을 인수함으로써 한국
금융계가 얻을수 있는 반사이익과 경영진 교체를 통한 경영혁신은 비교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SBC는 서울은행을 인수해 첨단경영기법을 동원하고 문화를 완전히 바꿈으
로써 은행을 정상화시키는데 무려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HSBC가 통째로 뛰어들어도 5년이나 걸릴 은행 정상화가 경영진교체정도만으
로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

새로운 경영진은 은행자산가치를 높이기위해 부실자산을 줄이다보면 은행
규모가 쪼그라들기 십상이다.

점포와 인원을 대대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은행으로 살아남을지 미지수
다.

이런 우려를 감안하면 HSBC의 요구가 다소 버겁더라도 들어주는게 낫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HSBC가 주장하는 기준대로 서울은행의 자산가치를 평가하면 정부가 넣어야
할 공적자금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가 우선 넣기로한 4조5천억원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4조5천억원으로 서울은행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IMF는 애당초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의 폐쇄를 요구했었다.

정부는 그 파장이 두려워 대안으로 해외매각을 선택했다.

해외매각은 실패로 돌아갔다.

두번째 대안으로 대마불사라고 할수 있는 구제(Bail Out)를 선택했다.

마지막 대안이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 주목된다.

< 고광철 경제부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