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인 작가 하인리히 뵐의 유작집 "창백한 개"(작가정신)가
출간됐다.

지난 7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하인리히 뵐(1917~1985)은 "인간성의 미학"을
주제로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을 위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는 소설속의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전쟁 중과 전후의 혼란상을
깊이있게 그렸다.

이번 유작집은 그가 19살 때 쓴 "불사르는 사람들"을 비롯 2차대전 직후
미군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뒤 집필한 미발표 단편 등 11편을 싣고 있다.

이 중 "불사르는 사람들"은 36년말부터 37년초에 쓰여진 전쟁 이전의 유일한
작품이다.

청순하고 구도적인 자세의 연인 세 쌍이 등장해 사랑과 믿음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종교를 삶의 원동력으로 묘사하고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 내비친다.

그러나 전후에 발표한 작품들에서 교회는 더 이상 희망의 성소가 아니다.

전쟁체험이 담긴 표제작 "창백한 개"는 전체적으로 어둡다.

출세를 위해 나치에 가담했다가 참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신부를 찾아간
주인공은 경직된 교회의 냉대에 좌절한다.

자포자기한 주인공은 결국 전쟁의 혼란 속에서 살인강도가 된다.

범죄행위가 너무 잔악해 얻은 악명이 바로 "창백한 개"다.

그는 동료에게 타살될 때까지 끝내 구원을 얻지 못한다.

이밖에 "베르코보 다리 이야기"와 "도주자"는 전쟁의 부조리와 무의미를,
"실낙원"은 전장의 상흔을, "아메리카"는 전후의 경제적 빈곤을 각각
묘사하고 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