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리(FRB)가 금리인상을 결정한 24일(현지시간).

미 증시는 약보합세로 장을 마감했지만 전날과 비슷한 주가수준을 유지했다.

금리인상이라는 악재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FRB가 예상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통화기조도 "중립"을 유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FRB가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심대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었다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경우 증시붕괴-소비감소-경기후퇴의 사이클이
우려됐다.

반대로 금리인상을 유보하면 단기적으론 호재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를 낳았다.

펀드매니저 등이 이미 0.25%포인트 인상을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놓아
금리인상 유보는 자칫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었다.

지난 6월30일 금리를 올린 지 두달도 채 안돼 재차 금리를 인상해도 증시가
안정세를 보인 이면에는 FRB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깔려있다.

세인트 루이스 소재 "거시경제학회" 조엘 프라켄 회장은 금융시장이 FRB에
보내는 신뢰에 대해 "금융당국이 예측가능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기가 과열조짐을 보이거나 인플레 압력이 생기면 금리와 통화를 적절히
조절해서 시장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는 FRB에 대한 믿음이라는
얘기다.

이번 FRB의 금리인상과 대우사태의 진전추이를 비교해보면 우리는 지금
불신시대에 살고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금리인상과 대우사태라는 별개의 사안이긴 하지만 금융당국의 행적과
이에대한 금융시장반응이 너무나 대조적인 탓이다.

지난달 17일 대우문제가 불거져 나온 이후 금융당국은 수익증권의 환매규제
문제를 놓고 몇차례나 정책이 바뀌는 등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였다.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어느날 갑자기 돈을 찾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서둘러 찾을수록 손해"라며 서민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또 금융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면 모두가
죽는다"며 환매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시장이 금융당국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의 채권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갑작스런 행동을 하면서 투자자를 놀라게 하고 금융기관을 힘으로 누르는
것은 어쩌면 신뢰받지 못하는 자의 전유물인지도 모른다.

< 방형국 국제부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