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자리인데 배에서 "꾸루룩" 소리가 나면 난처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장명"이라고 하는데 공복이나 식사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심하게 나타난다.

장명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부분 비장과 신장의 양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명과 함께 대변이 묽거나 소변이 자주 마려우며 왠지 무력하고 쉽게
피곤해지는 증상도 온다.

허리나 무릎이 시면서 차고 입맛이 없으면서 식사후엔 더부룩하고 눈이
침침해 지기도 한다.

이같은 증상 가운데 한두가지만 있어도 양기부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대변에 기름이 섞여 있는 것처럼 끈적끈적하고 전화벨 소리에도 잘 놀라며
일어서거나 앉을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은 양기가 부족한 데다가 한습의
나쁜 기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양기를 보충하고 한습을 제거하는 치료를 병행한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열사와 습사가 섞여 장명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양기를 보충하면 열사를 더욱 조장하게 되므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대변에서 악취가 나며 항문에 작열감이 있으면 습열을 모두 물리치는 방법
을 써야 한다.

여러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돼 간장의 기운이 뭉쳐 있고 위장과 대장의
기능이 저해돼 생기는 장명증엔 기의 순환을 도와야 한다.

장명증은 대체로 음식을 약간 따뜻하게 먹되 한열을 감별해 이에 맞는
식사를 하는게 권장된다.

양기가 부족할 경우 핫팩으로 복부를 따뜻하게 마사지해 주면 큰 도움이
된다.

박영배 <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