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10엔선을 위협하자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동개입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엔고를 더이상 방치할 경우 양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10엔선을 넘어설 경우 미국과
일본 양국이 엔화가치 안정을 위해 공동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20엔에 육박하는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나 장막판에 일본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엔화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전날보다 0.15엔 오른 1백11.48로 마감됐다.

미국과 일본의 시장공동개입 가능성이 재차 부상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엔고(달러 약세)가 양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엔고는 사상최악의 경기침체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엔고는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확대를 통해 불황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기업의 뒷덜미를 잡을 수있다.

게다가 소비심리가 좀체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엔고로 수출마저
부진의 늪에 빠져들 경우 일본의 경기회복은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 재무관이 틈만나면 "급격한 엔고는 일본경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필요하면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천명해 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미국 경제에 미칠 엔고영향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난 6월에도 무역적자가 2백46억달러에 달해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무역적자는 달러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이에따른 물가불안과 금융시장 약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급격한 달러약세는 미국경제를 벼랑에 내몰수도 있어 적정수준에서 달러가치
를 안정시킬 필요성이 크다.

외환관계자들은 양국의 공동시장개입 여부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미 연준리
(FRB)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FRB가 금리를 올릴 경우 주가가 하락하고 이에따라 외국투자자금의 이탈도
가속화돼 달러가치가 더욱 떨어질 공산이 높은 만큼 이 시점에서 공동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구로다 재무관도 "FRB의 결정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일본기업 수출경쟁력의 한계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달러당
1백10엔선이 깨질 경우 조기 개입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본정부는 엔고가 가속화된 지난 6~7월에 7차례에 걸쳐 최소 3백억달러
규모의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을 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시장개입을 자제해왔다.

시장관계자들은 그러나 미-일의 시장개입 우려로 엔화 매수세가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엔고라는 대세를 돌려놓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쇠락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갈곳을 잃은 "국제투자자금"이
일본으로 몰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