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론"이 힘을 받고 있다.
재벌개혁을 위해 대기업총수는 물론 금융기관 임원과 재경부 및 금감위
등의 경제관료에 이르기까지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인사들은 과감히 교체
해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개혁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정권의 구습에 젖은
인물로는 개혁 추진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태동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16일 "총체적 물갈이론"을 제기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물론 김 위원장의 강연 원고내용이 "금융계 및 재계의 인적 청산"을 담고
있는 충격적인 내용이어서 국민회의측은 즉각 김 위원장의 "사견"임을 애써
강조했다.
이에따라 김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정부내에도 재벌비호세력이 있다
<>국회의 구성과 사법부도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보도진
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앞서 국민회의도 확대간부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관료주의 병폐 청산론"을 제기했다.
국민회의는 이만섭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제2의 국정
개혁이 성공을 거두려면 관료주의 병폐를 청산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영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과거 선례로 봐서 대통령이 개혁을 제창
했다고 해서 다 실현되는 것이 아니고 일반관료로 인해 개혁이 실종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총체적 물갈이론"은 국민회의의 견해보다 발언 수위가
높고 구체적이란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김 위원장의 이론은 재벌개혁부터 시작된다.
재벌이 가족에 의해 경영되고 또 경영권이 세습되는 한 공정경쟁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기업은 전문경영인이 경영해야 하고 경영을 잘못했을 때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책임지고 물러나게 하는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경기회복을 틈타 과중한 빚을 가진 채무기업이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이는 부실채권의 규모를 오히려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기관의 임원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도 효율적인 재벌개혁을 위해서
제시됐다.
김 위원장은 "금융기관이 눈을 부릅뜨고 재벌의 경영을 살핀다면 부채
덩어리인 재벌의 버릇은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합병은행들은 재벌의 재무구조개선작업을 진척시키고 있는가를
평가해 임원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계도 정부부처와 마찬가지로 과거 재무부나 재경원출신을
중심으로 한 과거지향 인사들이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재벌.금융개혁을 위해선 정부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
했다.
이를 위해 3급이상 고급 공직을 외부인사에 20%라도 조속히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벌.금융개혁을 위해선 정부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하며 총체적
으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게 여권의 공통된 논리인 셈이다.
때문에 일부에선 "총체적 물갈이론"이 "제2기 국정개혁"의 본질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8.15 후속조치로 벌써부터 일부 재벌총수의 퇴진은 물론 경제팀의 소폭
개각설까지 나도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