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증권 환매제한 조치가 풀리자 금융기관들은 환매여부를 놓고 복잡한
고민에 빠졌다.

환매를 하자니 손실 감수가 불가피하고 환매를 미루자니 불투명한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자금운용 담당자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일하며 "환매 방정식"을
푸느라 여념이 없었다.

은행의 경우 수익증권 보유규모가 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대우채 편입펀드의 경우 어차피 정상적인 수익률로
환매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은행 내부적으로 적절한 손실한도를
정한 다음에 환매여부를 결정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증권의 경우 어떤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은 측면이
많아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환매하는게 유리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
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가입금액의 10%~15%가 대우자산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원금을 까먹은 채 환매할 경우 은행신탁의 배당률이 급락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우려했다.

결국 은행의 단위형금전신탁 등에 돈을 맡긴 일반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는 대우채권에 보증을 선 보험회사, 투신운용사 판매사, 수익증권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이 골고루 손실을 나눠 가져야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박철 부총재보는 "인센티브를 줬기 때문에 환매사태가 크게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 금융기관에 자금부족이 생기면 RP(환매채)매입이나
통안증권 중도매입등을 통해 충분히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환매를
하더라도 콜등을 통해 지원되는등 금융기관간에 자금이 순환할 것이므로
금융경색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이 물려있는 보험회사나 종합금융회사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SK생명 관계자는 "결국은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것으로 결론이 난 셈"이라며
"간접투자상품에 고객들이 투자했지만 자산을 운용한 투신사도 손실분담을
더 져야하고 정부도 감독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묶어놓았던 유동성을 풀어주는 것에 불과해 당장은
환매요구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종합금융협회 관계자는 "일단 정부의 조치를 환영한다"며 "일부 종금사들이
유동성에 문제를 느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신사들에 환매요청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자금여유가 생긴
종금사들이 CP할인 등 기업금융 업무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