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축협회장의 할복기도에도 불구하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12일
농협과 축협 인삼협 중앙회를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
을 의결했다.

정부측이 지난 6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2개월여간의 진통끝에
통과된 이 법은 3개 조합 중앙회를 오는 2000년 7월1일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로 통합키로 규정했다.

또 통합된 중앙회는 늦어도 2004년까지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유통.가공)
사업부문을 분리토록 했다.

회원조합수가 1백93개에 불과한 축협은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되면 거대조직인
농협(회원조합수 1천2백49개)에 흡수된다고 판단, 이에 반대해 왔다.

위원회 수정안도 회원조합들이 중앙회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업에 오는
2003년까지 50% 이상의 지분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합원이 가장 많은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이 조직을 주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 축협중앙회는 축협 회원조합의 상위기구인 축협연합회를
별도 법인으로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며 여야의원들을 대상으로 끈질기게
로비를 해왔다.

축산은 농업과 달리 전문성이 요구돼 농.축협의 통합은 축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게 그 이유였다.

농해수위는 그러나 이날 축협연합회의 별도 법인화는 중앙회를 2개 두는
것을 의미한다는 정부측의 주장을 수용했다.

그대신 특례규정을 신설, <>축산 인력과 조직은 별도 운영.관리하고 <>축산
경제 대표이사는 다른 이사와 달리 축협 조합장이 단수로 추천한 자를 조합
총회의 동의로 선출하며 <>축협 관련 재산과 조직.인력은 축협 대표이사가
관리한다는 조항을 삽입, 정부안을 수정 의결했다.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신용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관리하며 축산분야
사업운영 등을 자율 결정할 수 있도록해 나름대로 독립성을 보장해 주었으나
축협을 완전히 설득시키는데 실패 할복자살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신용.경제사업의 분리를 명문화한 조항에도 축협측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위원회 수정안은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연구기관으로 하여금 분리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법시행 2년이내 국회에 제출토록 하고 농림부 장관은 보고서
안이 확정된 뒤 2년이내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축협과 농민단체들의 끈질긴 요구에 미봉책으로 내놓은 것일
뿐이라는게 축협측의 인식이다.

여야는 사건 직후 총무회담을 가졌으나 뾰족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이와관련, 여권은 "이번 사건이 선례가 돼서는 안된다"(국민회의 박상천
총무),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처리된 법안을 번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민련 이긍규 총무)며 13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입장임을 밝히면서도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이 사건이 생겼는데 새 법안을 통과시킬
상황이 아니다"며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않을 뜻을 밝혔다.

축협은 13일부터 대규모 반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통합법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