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 시장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미 시장 진출을 선언한 SK상사에 이어 제일제당이 약국 체인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또 신세계와 LG쇼핑 등도 제일제당과 유사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 의약품 유통시장은 대기업간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제일제당에서 건강미용 지향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유통경로를 개척하는
HBC사업부는 다음달 중순 강남구 신사동에 약국체인망 1호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1호점은 일종의 "안테나 숍"으로 체인망 사업의 수익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연내에 2호점을,내년까지는 십여개의 체인약국을 열 계획이다.

약국경영성과를 평가 보완하는 컨설팅업체로는 케이팜(대표 양성칠)을
선정했다.

체인망 1호점은 30평 규모의 약국 외에 건강증진과 관련된 건강보조식품
의류 의료용구 위생용품 화장품 생활잡화를 파는 매장 70평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제일제당측은 특히 미국식 드럭스토어 개념의 약국을 정립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같은 방식의 약국이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을 경우 소매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제일제당측의 판단이다.

이밖에 LG홈쇼핑과 신세계 등도 비슷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산업자원부도 신유통산업 육성대책의 하나로 약국과 편의점을
혼합한 미국식 드럭스토어를 도입키로 하고 최근 산업연구원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놓고 있어 의약품 소매유통에 일대혁명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에 앞서 SK상사는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의약품 및 의료용품
유통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SK는 의약품 및 의료용품 도매상 허가를 곧 획득,늦어도 12월 이전까지는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

5년이내에 약국 및 병원에서 각각 1만여개소의 거래선을 만들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욕적인 목표까지 세워놨다.

단 약사법 규정에 따라 약국에서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취급할 수 없기
때문에 SK는 도매유통기능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소형약국은 저렴하고 투명한 가격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기존 도매업계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이 이처럼 잇따라 의약품유통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최근의 의약품
시장 변화추세를 볼때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시장구조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즉 대기업들은 자금력,유통 및 물류능력에 정보통신 인프라까지 겸비하고
있어 영세한 기존 도매업계를 누르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