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진구 부전동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부산 전자상가"는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이곳은 흡사 서울의 용산전자상가와 비견된다.
국산을 포함한 전세계 전자제품이 총출동돼 있어서다.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점도 빼닮았다.
그래서 "없는 것빼고는 다 있다"는 농담이 실감난다.
이곳 상가는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에서 걸어서 2~3분 거리, 부전지하철역
에서 내리면 바로 맞닫는 위치다.
이 때문에 밀양과 울산지역에서 기차를 타고와 제품을 사는 고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서면부전시장과 연결돼 있어 이곳을 즐겨찾는 40대이상의 주부들이
자주 들리곤 한다.
접근성이 좋다는 얘기다.
좋은 입지조건덕분에 현란한 광고간판을 따로 내걸지 않아도 된다.
개장 시간인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종일 고객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로인해 부산순대집 등 인근 음식점들도 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몇 안되는 수리상가까지 만원이다.
상인들은 부산전자종합상가, 흥아전자종합상가, 서면전자악기상가 등 3곳을
합쳐 "부산전자상가"라고 부른다.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부산전자종합상가는 지난 85년 문을 열었다.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에 4천평 매장을 갖추고 있다.
입점업체는 3백여곳.
TV 냉장고 에어컨 밥솥은 물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이 망라돼 있다.
수입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눈에 띈다.
이곳을 찾은 북구 만덕동 박연정씨(38)는 "일반대리점 보다 10~20% 가격이
싸 자주 온다"고 말했다.
철지난 구형모델은 30%까지 할인 판대된다.
번영회 이해우 부장은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에서도 이곳 제품을 갖다 쓴다"
고 귀띔한다.
상가 전체의 연매출액은 5천억원정도로 추산된다.
부산전자상가와 마주보는 곳에 흥아전자종합상가가 있다.
70년대말 전자제품 수리업체들이 몰려들면서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한 이곳은
지역 전자상가의 원조다.
80년대초 국산 컬러TV가 판매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연간 매출이 5백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서면전자악기상가는 부산은 물론 경남지방의 음악애호가 가운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 82년 부산지역에 흩어져 있던 악기상들이 몰려들면서 설립된 이곳은
기타 오르겐 트럼펫 대형스피커 등 각종 악기에다 최근에는 노래방기기도
갖춰 "악기 백화점"의 면모를 갖췄다.
가격도 싼 편이어서 도매상까지 찾을 정도다.
주머니가 얇은 사람들을 위해 중고품도 판매하고 있다.
부산전자상가에 밝은 면만 있는게 아니다.
한편 젊은이를 겨냥한 할인전자매장들이 속속 주변에 들어서 부산전자상가의
매출을 잠식하고 있다.
전자상가측은 대대적인 TV나 라디오광고를 시작하고 부전역세권 개발과
연계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지켜나갈 계획이다.
안영일 부산진구청장은 "부산 전자상가는 휴게시설과 전시시설을 갖출경우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도로정비와 세금감면
등을 통해 업체를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