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GM간 본격적인 전략제휴 협상은 현대-대우 2자 구도의 안정화를 모색
하던 국내 자동차업계에 또 한 차례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현대 대우 쌍용 기아 삼성이 서로 다투던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세계 시장 재편이라는 거대한 "허리케인의 눈"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 메가 딜(Mega Deal) 추세 =세계 자동차업계는 본격적인 메가 딜(Mega
Deal)에 돌입해 있다.

80년대 경영권 변화가 없는 전략제휴에 주력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
이다.

우선 벤츠가 크라이슬러와 합병했다.

두 회사간의 통합은 규모와 시너지효과면에서 세계의 경쟁구도를 근본적
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포드는 볼보의 승용차부문을 인수했다.

볼보는 승용차 부문 매각 대금으로 스카니아를 인수했다.

르노는 일본 2위 메이커인 닛산을 손에 넣었다.

남은 업체들 가운데 이탈리아의 피아트, 프랑스의 푸조, 일본 미쓰비시가
대표적인 피인수 대상 기업이다.

로버를 인수한뒤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BMW 역시 GM 포드의 M&A
대상이다.

한국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 현대와 주변의 움직임=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메가 딜 무용론"을 주장해
왔다.

전략 제휴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실력을 쌓아 "다음"을 대비한다는 이유
에서다.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은 "현대의 전략제휴 방향은 대우-GM간의 협상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도 실제론 수많은 업체들과 전략제휴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경영권과는 무관한 보완 차원의 제휴다.

주변 환경도 복잡하다.

자본제휴선인 미쓰비시가 GM 포드 등으로부터 인수공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볼보와 상용차부문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미쓰비시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 미쓰비시가 현대에 갖고 있는 지분 8.8%
의 향방도 골치 아픈 문제다.

기아자동차와 합작선이었던 포드는 기아로부터 소형차를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방식으로 공급받는 문제를 다시 논의하고 있다.

<> 대우와 주변의 움직임= 대우는 GM에 목을 걸고 있다.

그러나 GM에게 대우와의 전략 제휴는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
하다.

GM은 대우와의 협상 재개와 동시에 일본 스즈키와 합작으로 소형차를 생산
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시작했다.

GM은 또 대우처럼 동유럽에 강한 피아트를 비롯해 푸조 BMW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우 상용차부문을 인수하려던 스카니아도 지난 6일 볼보에 넘어갔다.

볼보가 대우 상용차부문에 관심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관심이 없다면 독일의 만(MAN) 1개사만이 대우 상용차부문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협상만 불리해진 셈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