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와 GM이 전략적 제휴를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서자 협상이 어떤 형태로
결말지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표 내용에는 "매각"은 물론 "지분 양수도"라는 표현조차 들어 있지 않다.

다만 "전략적 제휴를 보다 구체화한다"는 내용만 들어 있다.

지난해 2월 교환했던 양해각서(MOU)를 "구체화"한다는 수준이다.

따라서 같은 내용의 MOU를 다시 교환했다는데 회의적인 반응이 없진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우선 대우의 입장이 지난해와는 다르다.

위기 국면이다.

GM도 마찬가지다.

2위 업체인 포드가 볼보 인수 등 활발한 M&A(기업인수합병) 작업을 펼치며
1위 자리를 넘보자 위기감에 싸여 있다.

<> 협상 과정 =대우-GM간 협상은 그동안 주목을 끌지 못했다.

1년반동안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꽤나 진전이 있었다는게 대우측의 설명이다.

부품 분야가 그렇다.

GM은 대우기전과 대우정밀의 섀시부문을 3억6천만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대우자동차에 대한 협상도 깊숙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 페리튼 GM코리아 사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곧 실사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의 실사는 끝내 놓은 상태다.

지난 4월에는 대우가 의뢰한 다국적 컨설팅사인 KPMG의 실사 자료를 넘겨
받기도 했다.

김태구 대우자동차 사장이 6일 기자회견에서 "협상을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어서다.

<> 향후 협상 방향 =양사간 협상의 원칙은 GM의 지분 참여다.

GM이 얼마의 지분을 갖게 될지가 협상의 쟁점인 셈이다.

대우의 1안은 물론 GM에 50% 미만의 지분을 넘겨주면서 전략제휴를 맺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건 여의치 않다.

GM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 지분을 확보하는게 GM의 기본 전략이다.

게다가 GM은 대우와의 50대 50 합작에서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김태구 사장은 이날 경영권까지 협상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기에 따라서는 경영권을 GM에 넘길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우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다.

대우가 경영권까지 협상의 도마위에 올린 것은 경영권을 넘길 생각을
굳혔다기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 동유럽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GM이 다수 지분을 갖더라도
경영권은 대우에 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영권 문제는 그룹 전반의 구조조정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올 연말까지 약속한 구조조정계획이 조기에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대우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우려로 정부와 채권단이 직접 나설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의 주식은 이미 93.4%가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분할 매각 얘기도 나온다.

GM이 필요한 공장만 사는 방법이다.

대우 관계자는 "협상의 원칙은 지분참여"라면서도 "협상에 따라 분할
매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럴 경우 GM은 최신식 공장인 군산공장과 해외에서 가장 성공적인 해외
공장인 폴란드공장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

<> 협상 성사 가능성 =물론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선 GM이 대우의 어려운 상황을 모를리 없다.

지분 인수 대가를 후려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GM은 벌써부터 "일본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는등 대우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두 회사의 협상을 "시작"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도 협상이 어떻게
꼬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에게 부채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짙다.

항간에는 벌써부터 채권단이 부채의 상당부분을 출자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경영권에 대한 협상도 간단치 않다.

그러나 대우가 어렵다는 점, GM이 M&A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이 그
어느 때보다 협상의 성사 가능성을 높여 놓고 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