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대 유럽 주식 투자가 1조달러 어치에 육박하면서 상당수
유럽 기업들이 미국식 경영을 주입받는 등 "카우보이 자본주의"가 유럽
대륙을 접수하기 시작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증권업협회를 인용, 90년 1천9백73억달러에 불과했던
미국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올들어 1조4천억달러로 불어났으며
이중 3분의 2가 유럽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기관 및 개인 투자가들은 폴크스바겐 등 상당수 간판급 유럽
기업들의 최대 주주로 부상, 이들 기업들에 대해 경영 정보 공개 및 대대적인
감량 경영 등 "미국식 경영"을 요구하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저널지는
전했다.

독일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의 경우 미국 뮤추얼 펀드인 재너스 캐피털이
최대 주주의 자리에 올라 있으며, 영국 브리티시 스틸사는 5년전 20%를
기록했던 미국인들의 지분 보유율이 올들어 60%로 불어났다.

한마디로 과거 헐리웃 영화와 맥도널드를 앞세웠던 미국의 유럽 공략 양상이
최근에는 자본력을 동원한 "그린백(달러화의 별명) 침투"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쉐링제약은 중요한 경영 전략을 결정하기 위해 사장이 직접
최대 주주인 미국 피델리티 펀드의 보스턴 본사를 방문, "지침"을 받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업들은 미국 주주들의 까다로운 경영 감시에도 불구, 미국인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주가를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로 미국인
투자 유치를 적극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이체 텔레콤의 경우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적극 매입한 이후 주가가
급등, 2년전에 비해 싯가총액이 3배 이상 불어난 상태다.

미국 투자가들은 유럽 기업들의 주가가 미국에 비해 낮은 점에 주목,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고 저널지는 설명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경영 안정을 중시해 온 유럽 기업들의 풍토와 달리
미국 투자가들은 기업의 단기 실적에 따라 대규모 주식 처분을 불사,
기업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프랑스 통신업체인 알카텔사가 미국 통신회사인 DSC를 인수키로
한 직후 미국 투자자들이 알카텔의 이익이 둔화될 것을 예상, 대규모 주식
투매에 나서 이 회사의 주가를 40% 이상 떨어뜨린 것이 단적인 예다.

알카텔의 주가가 바닥을 모른채 곤두박질치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연례 담화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갔을 정도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