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내내 한반도는 태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5호 태풍 "닐"과 제7호 "올가"가 한반도를 강타한데 이어 이달중 1~2개가
추가로 내습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태풍의 타킷이 된데는 한반도에 집중호우를 뿌렸던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자주 놓이기 때문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통상 태풍은 북상하다가 강력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과 부딪치면 이를
뚫지 못하고 가장자리를 타고 우회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바로 그 우회로의 선상에 한반도가 주로 위치한다는 것.

"닐"과 "올가"도 이런 경로로 한반도를 내습했다.

모두 일본 오키나와섬 남동해상에서 발생, 북태평양 고기압에 밀려 한반도
서해안에 들어왔던 것.

게다가 올해 발생한 태풍들은 유난히 북쪽에서 발생, 이동거리가 짧아지면서
대부분 곧장 한반도를 향해 북진했다.

태풍은 보통 북위 5~10도 부근에서 남동기류와 북동기류가 만나 발생한다.

그러나 올해는 동서 기류가 북위 15~23도에서 만나고 있기 때문에 발생
위치가 평년보다 높은 편이다.

이동거리가 짧은 태풍은 해상에서 충분한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해 세력은
그리 강하지 못하지만 편동풍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진로를 수정할 가능성이
적어 북쪽으로 직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적도부근에 거대한 수증기 덩어리가 형성돼 있어 태풍의
발생빈도가 여느 해보다 높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팽창하기 전에 태풍이
한반도를 향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시아의 비정상적인 기압배치로 인해 한반도가 태풍의 취약지대가 된
것이다.

기상청 박정규 장기예보관은 "이달안에 1~2개 정도의 태풍이 더 우리나라를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태풍 피해에 대한 만반의 대비책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들어 발생한 태풍 7개중 1호 "케이트", 이름도 붙지 않은 4호, 6호
등은 세력이 미약해 북상중에 사라졌다.

또 2호 "리오"와 3호 "매기"는 발생 지점의 태생적 한계나 편동풍으로
인해 중국 대륙에 부딪쳐 약화된 채 소멸됐다.

결국 한반도를 찾아올 가능성이 있었던 태풍 "닐"과 "올가"는 1백%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통과한 셈이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