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이 해외DR(주식예탁증서)를 주당 6천5백원에 발행한 것을 놓고 헐값
시비가 일고 있다.

8천원대인 현재 주가보다 20%나 깎아준 것이다.

국내 주주와의 형평은 따질 것도 못된다.

발행 과정에서 금융감독위원회는 닷새동안 두차례나 DR 발행가격 산정기준을
고쳐줬다.

조령모개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정부가 은행의 주식 헐값 매각을 도운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대우쇼크 이후 해외에선 한빛은행의 해외DR 성공여부를
한국의 신인도와 연계지어 본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번에 실패하면 외환.조흥은행의 DR발행도 어려워져 나중에 공적자금
투입부담이 더 커진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5월 국민은행이 해외CB(전환사채)를 통해 외자(골드만
삭스)를 들여올 때 헐값이라고 문제삼고 나섰다.

전환가격이 당시 시세보다 훨씬 낮다는 지적이었다.

한빛은행과 국민은행의 외자유치에 대해 정부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
셈이다.

요즘 정부의 자세를 보면 어디까지가 헐값이고, 어디부터가 제값인지
혼란스럽다.

헐값에라도 외자를 들여와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지, 제값을
받아 국부를 지키는 게 최선인지 헷갈리게 한다.

외자유치가 우선이라면 정부가 제일.서울은행 매각협상을 7개월째 질질 끌고
있는 것이 잘 납득이 안간다.

너무 오래 끌다 보니 지금은 무엇때문에 매각해야 하는지 아리송해졌다.

당초 은행 해외매각은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을
유발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경제사정이 변하면서 이 보다는 제값받기, 혈세부담 최소화, 사후면책 등
새로운 목적함수가 더 강조되는 분위기다.

거꾸로 제값 받고 파는게 중요하다면 지금이라도 협상을 깨고 새로 시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모두 13조원의 공적자금을 넣는데 무엇때문에 외국에 주느냐는 여론도 있다.

그럴바엔 국영화나 국내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정부는 뚜렷한 정책방향을 잡지 못한채 허둥댄다.

"정부가 지향하는 목적이 너무 많아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전문가
들의 진단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