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고삐를 늦추지 않는 외국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5월이후 외국인의 현물주식 순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우직하게 순매수를 지속하던 투신권도 2일 1천6백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투신과 외국인이 동시에 팔아치우는 "쌍끌이 매도"사태가 번지려 한다.

이런 "꺼림칙한" 현상은 주가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지 모른다.

1,000선 회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외국인이 한국시장을 대거 이탈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주가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물시장 =지난 5월의 경우 순매도규모가 9백62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달엔 무려 1조6천2백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요 순매도종목도 삼성전자 포철 한전등이다.

지난주말엔 엔화가치가 1백14엔대까지 상승했는데도 순매도했다.

과거 외국인은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순매도하고 엔화가치가 상승하면
순매수를 보였으나 태도가 달라졌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이종우 연구위원은 "환율보다 그동안 한국주식이
많이 올랐다는 가격부담 때문에 순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일본 주식시장에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경기회복조짐과
함께 일본주가가 한국주가보다 덜 올랐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외국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종합주가지수가 800선까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본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차익실현에서 나서면서 철저히 저평가된 종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화증권의 한동욱 조사역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이견을 다는
외국인은 없는 것 같다"며 "요즈음 외국증권사들은 외국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자동차및 자동차부품관련주등 실적호전주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옵션시장 =선물9월물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잔고는 지난달 30일
현재 1만2천3백92계약에 달한다.

많게는 하루 3~4천계약을 신규로 순매도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한국증시에 영향을 줄만한 이상기류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홍콩계 헤지펀드들이 투기거래에 나서거나 매도
헤지에 나서는 모습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선물을 집중 매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른 외국증권사 관계자는 "대우그룹 해외부채 처리문제에 대해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외국인이 없지 않다"며 한국의 대그룹 구조조정을 투자기준
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전망 =그렇지만 한국시장에 대한 시각이 1백80도 바뀐게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통신이나 포철의 성공적인 해외DR발행과 달리 최근 한빛은행 해외DR발행
이 연기된 것도 개별 종목에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대우그룹과 관련한 부실채권이 많아 선뜻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차익실현에 나서며 적절한 매수기회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