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진원지는 동대문상권의 패션 1번지로 뿌리내린 현대식 대형 쇼핑몰들.

배후엔 첨단유행을 추구하는 "신세대군단"이 움직이고 있다.

유통혁명에 놀란 의류업체들은 제품기획과 생산단계를 축소하고 재고를
압축하는 등 스피드경영에 돌입했다.

고객을 빼앗긴 백화점과 전문점들은 신세대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변화의 양상과 전망을 5회로 나누어 싣는다.

동대문상권이 패션가의 쇼핑명소로 무섭게 뜨기 시작한 지난 1월초의
어느날.

유통업체 N사의 K회장은 부하직원들과 함께 심야에 이곳을 찾았다.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이곳의 대형 패션쇼핑몰들을 들여다 보기 위한 것.

두어시간 다리품을 팔며 여기 저기를 꼼꼼히 관찰한 그는 수도권에 유통시설
을 신축중인 자사의 신규사업팀에게 즉시 지시를 내렸다.

"배워라"

이로부터 약 6개월 후.

밀리오레, 두산타워 등 동대문상권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쇼핑몰들을
벤치마킹한 쇼핑공간이 서울 인근 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매장구성, 판촉전략, 이벤트 등 상당부분에서 선발업체들을 참고했음은
물론이다.

패션의류를 주축으로 한 대형쇼핑몰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선발업체인 밀리오레와 두산타워에는 노하우를 보고 배우려는 타업체
임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내노라 하는 유통업체와 전자양판점도
이들의 성장 비결을 앞다투어 베끼고 있다.

하루 추정매출 80억원, 입점고객수 수십만명(두산타워와 밀리오레 합산시)의
수치가 보여주듯 두 쇼핑몰은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이들이 성공을 거두자 이와 유사한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메사, 굳앤굳, 씨마1020, 지오플레이스 등 이름을 대기 힘들 정도로 많은
패션쇼핑몰이 새로 간판을 올렸고 또 문을 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형 패션쇼핑몰들의 인기배경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신세대들의 잠재구매력을 높이 평가, 이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인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댄스대회, 학생용 무료상품권, 젊은 매장분위기 등에서 보듯 성공한 쇼핑몰
들은 신세대 소비자들을 끌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두번째 비결은 철저한 고품질, 저가격 전략이다.

동대문 쇼핑몰은 "가격은 시장급, 서비스는 백화점급"이라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밀리오레와 두산타워는 쇼핑명소로 뿌리를 내렸다.

두산타워나 밀리오레는 신용카드사용, 철저한 환불제, 갱의실 운영 등 백
화점과 맞먹는 서비스로 기존 재래시장과의 철저한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후발 대형 패션쇼핑몰들은 이제 단순히 선발업체를 "카피"하는데
그치지 않고 있다.

패션쇼핑몰의 기능에 놀이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덧붙이고 있다.

"사고, 먹고, 즐기는" 복합공간을 표방하는 곳들이 속속 생기고 있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극장과 초대형 먹거리광장을 갖춘 부천의 씨마1020, 내년 2월
오픈 예정인 분당의 테마폴리스 등이 단적인 예다.

패션쇼핑몰 열기는 지방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포화상태에 있다고 판단한 업체들은 서둘러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부산에는 네오스포, 밀리오레부산점 등 5~6개의 쇼핑몰들이 내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따라서 부산은 장래 대형쇼핑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두산타워 역시 여러 지방업체들로 부터 제휴제의를 받는 등 탈 서울을
주문하는 손짓이 끊이지 않고 있다.

쇼핑몰의 전국확산은 패션유통의 관행과 기존 판도를 바꿀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 최철규 기자 gra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