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시계제로"의 안개속에 잠겼다.

잠복중이던 금리인상 변수가 다시 고개를 쳐들면서 증시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조정 장세로 시작됐던 미 증시는 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22일 의회 증언으로 하락
행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에따라 5일간의 거래일중 4일동안 주요 주가 지표가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금주의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쇼크"의 여진이 여전히 증시를 짓누르고 있어
이번 주에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지난주 낙폭이 워낙 컸던 만큼 주초에는 어느
정도의 반등이 시도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내달 24일에 열릴 연방공개시장 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여부의 뚜껑이 열릴 때까지는 미증시가 금리 변수의 장단에 따라 이리 저리
춤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주말인 23일 다우존스지수의 종가는 10,910.96으로 58.26포인트
하락했다.

사상 최고치인 11,209.84로 시작했던 주초에 비해서는 2.7%(2백98.88포인트)
뒷걸음질쳤다.

지난 한달여 동안 미증시를 견인했던 첨단 하이테크 종목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일주일새 6.1%나 하락한 끝에 2,692.40으로 지난주를 마감했다.

S&P 500지수 역시 지난주 4.03% 하락,1,356.94로 떨어졌다.

주요 주가 지수들이 주간 기준으로 이처럼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초 이후 근 1년만에 처음이다.

지난주 초반의 주가 약세는 첨단기술주들에 의해 주도됐다.

차익 실현을 노린 투자자들의 매물공세가 집중됐던 탓이다.

그러나 후반에는 그린스펀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은행 증권 등 금융주들의
낙폭이 두드러지게 컸다.

계절적으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이맘때면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주식들이 곤욕을 치루는 게 상례이긴 하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휴가때 쓸 몫돈을 챙기기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주식들의 곤경은 이런 맥락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지난 한주일 동안 9.24% 급락한 것을 비롯, 선
마이크로시스템즈도 7.55% 빠지는 등 컴퓨터 관련 대형 주식들이 홍역을
치렀다.

이런 사정은 인터넷 주식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메리카온라인(AOL)이 9.97% 급락했는가 하면 인터넷 경매시장의 총아인
e베이는 12.33%의 주가 조정을 감수해야 했다.

월가에서는 하이테크와 금융주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고전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석유 1차상품 등 전통적인 종목들이 주도주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설 등 단기적인 악재에도 불구, 미기업들의 하반기 수익
전망이 여전히 양호한데다 미국경제가 전반적으로 순항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증시의 기본 저력은 손상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는 27일 발표될 7월중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를 비롯, 29일에
공개될 올 2.4분기 GDP(국내총생산)잠정치 및 고용비용 지수, 30일 공표
예정인 6월중 신규주택 판매 동향 등의 거시 경제 지표에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