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재정경제부 기자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경제보고서 내용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5%로 상향조정했다는 것과 정책 권고가 주된
사항이었다.

그리고 빅딜정책에 대해서도 "이해할만 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불과 하루만에 빅딜정책에 관한 설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할만 하다"는 평가는 "이해할만 했었다"는 표현이 왜곡된 것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OECD는 보고서에서 그동안 정부 주도로 추진해온 빅딜(대규모사업교환)이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빅딜성사를 위해 빅딜실패기업에
대해 여신을 회수하겠다고 위협까지 한다며 빅딜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와함께 이런 정부개입은 한국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시
되던 시점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were understandable) 지금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OECD의 빅딜 비판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 OECD가 빅딜과정에서의 정부개입을 "여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are
understandable)으로 평가한 것처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

OECD는 더욱이 빅딜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빅딜은 시장집중도를 증가시키며 과잉시설 부채 등 기업부문의 핵심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재경부는 이부분도 아예 빼버렸다.

재정경제부는 이제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를 상당히 왜곡내지는 축소해
발표했다는 비판을 피할수 없게 됐다.

물론 빅딜이 기업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에 실패하면 아무리 재벌총수라도 반드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며
기업을 살리기 위해 모든 재산을 처분하라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도
잘 안다.

그래서 아예 빅딜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씁쓸한 뒷맛을 지울수가 없다.

외환위기 직전에 외국의 비판에 대해 "무식한 소리"라면서 핏대를 올리던
당시의 경제관료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 김병일 경제부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