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의대졸업자를 심신장애자로 둔갑시켜 병역면제나 공중보건의
판정을 내린 군의관과 이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병역을 기피한 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방부 검찰부(부장검사 고석 대령)는 23일 신체검사 담당 군의관에게
5백만~5천만원의 뇌물을 주고 군의관 입대를 면제받은 14명과 공중보건의
판정을 받은 8명 등 전문의 22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군의관과 짜고 질병등급을 올려 의병전역하면서 전.공상자 판정을
받은 뒤 보훈연금을 받아온 12명 등 의병전역자 52명과 병역면제자 78명,
공익요원 판정자 24명 등 지방병무비리 관련자 1백57명도 적발했다.

<> 의대 졸업생들의 비리 =치대나 의대 졸업생들은 대학 선배나 친구인
신검 군의관에게 직접 로비를 하거나 군병원 간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학교수나 선배 의사들을 알선자로 활용했다.

K의대 김모씨는 친구의 대학선배인 이모중령이 지난 97년 11월 국군
부산병원 진료부장으로 재직중인 사실을 알고 이중령에게 4천만원을 건네주고
군의관 입대를 면제받았다.

P의대 전모씨는 대학 친구인 최모 예비역대위를 통해 수도병원 진료부장인
손모 예비역 중령과 손중령의 부하인 군.치의 군의관 임모소령 등에게
5천만원의 뇌물을 주고 병역면제 판정을 받아냈다.

의대졸업생들의 신검비리 관련자 22명 가운데 16명이 디스크 질환으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군검찰은 디스크환자의 경우 의사들의 주관적 판단 범위가 넓은데다 일정
기간이 경과된 뒤 완치됐다고 주장할 경우 허위판정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없는 맹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군을 면제받아 개인병원을 개업할 경우 군복무기간에 해당하는 3년간 평균
3억원이상의 수입과 의사경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거액을 쓴 것도
특징적이었다.

지난 96년 군입대를 앞둔 한 전문의의 장모는 사위의 병역면제를 부탁하기
위해 현금과 수표 2억원이 든 돈가방을 들고 서울 수도병원 군의관을
찾아갔다가 분실하는 사건이 생기기도 했다.

<> 기타 병무비리 =의병전역 비리관련자 52명 가운데 12명은 군의관을
매수,전.공상자 판정을 받아 의병전역 후 정부에서 매월 30만~60만원의
보훈연금을 받아 챙기는 철면피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모 예비역대위는 지난 97년6월 국군부산병원 진료부장 이모 중령에게
6백만원의 뇌물을 주고 공무중에 중증 당뇨병이 발생한 것으로 관련서류를
꾸며 5급 보훈대상자로 판정받아 의병전역뒤 매월 40여만원의 보훈연금을
받아왔다.

이밖에 지방 병무비리의 경우 청탁자 가운데 공무원과 회사원, 교직원
등 중산층이 대거 연루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 향후 수사계획 =군검찰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지방병무청과 군병원에서
3백40여건의 병무비리와 10~20여건의 군.치의 신검비리가 저질러졌다는
혐의를 추가로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의대 졸업자들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대학병원들의 비리 여부도 수사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면제자를 결정할 경우 3~4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점을 감안, 심의위원들간에 조직적인 공모가 있었는 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