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불거져 나왔을 때 "시거" 얘기가 화제가
됐었다.

실제로 시거를 물렸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거를 피운다"는 표현이 있다.

여성이 입으로 애무해 주기(Fellatio)를 바라는 남성이 "내 시거 한대
피우련?" 하고 권한 데서 유래한 것 같다.

긴 원통형인 생김새가 남성의 성기와 유사해서 그런 표현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하필 담배였을까.

관포지교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담배와 페니스는 결코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닌데 말이다.

차라리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하는 사이라면 모를까.

친하기는 커녕 현대 남성의학에서 담배는 거의 확실한 "남성의 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물론 흡연이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남성 성기능 장애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
이다.

담배 속의 대표적인 유해물질인 니코틴은 한마디로 독약이다.

순수한 니코틴은 과거에 살충제로 쓰이기도 했을 정도니 모든 생명체에
좋을리 없다.

니코틴을 유독 남성의 적이라고 하는 까닭은 니코틴의 가장 큰 해악이
혈관 벽을 두껍게 하고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남성의 페니스는 굵은 혈관으로 이루어진 도개교와 마찬가지다.

남성에게 있어서 "제3의 다리"인 이 도개교는 다리를 들어올리기 위해 유압
이 아니라 혈압을 필요로 하는 메카니즘으로 돼 있다.

즉 기립시키기 위해서는 실린더에 충분한 양의 혈액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혈관이 좁아져 있다면 그게 잘 될리 없다.

아예 다리가 요지부동인 경우도 있고 절반쯤 들어올리는척 하다가 주저앉는
경우도 있으며 일단 기립은 시켰는데 배가 미처 지나가기도 전에 무너지듯
원 위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발기부전이라고 한다.

담배는 발기부전에 하나의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성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남자의 흡연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발기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흡연은 발기력을 급속히 무너뜨린다.

오래 된 다리일수록 이런저런 잔 고장이 생기게 마련이다.

발기 위험 인자 가운데 하나는 도개교의 건립연도다.

작동 시스템이 낡아 그렇잖아도 기립이 시원찮은 판에 담배를 뻑뻑 피워
대면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이다.

쇠잔해 가는 정력을 보충한답시고 스스로 몬도가네를 자처하기 보다는
진지하게 금연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