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18번홀(파4.4백87야드).

마지막조인 장 방드 벨드와 크레이그 페리가 티잉그라운드에 다가섰다.

선두는 벨드로 그때까지 중간합계 3오버파.

2위와 3타차였기 때문에 벨드의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벨드의 드라이버샷은 개울을 살짝 넘어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깃대까지 남은 거리는 1백89야드.

배리 번은 그린앞까지 연결돼있었기 때문에 웬만한 선수들은 어프로치샷에서
레이업을 한다.

벨드는 그러나 2번아이언으로 그린을 바로 공략했다.

운명의 그 세컨드샷은 "푸시"가 됐다.

그린오른편에 마련된 갤러리스탠드의 벽의 맞고 후퇴해 깊은 러프에 떨어진
것.

볼은 금세 찾았으나 러프는 무릎높이였다.

깃대까지 50야드가 남았고 볼과 그린사이에는 여전히 배리 번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 서드샷을 그린에 올린뒤 2퍼팅으로 막으면 보기.

올리지 못하더라도 개울만 넘기면 적어도 더블보기는 할수 있는 상황.

그러나 거기에서 벨드의 두번째 실타가 나왔다.

웨지로 친 서드샷은 얇게 맞으며 간신히 러프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개울로
퐁당 빠져버렸다.

수많은 갤러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물속에 있는 볼을 그냥 치든가(무벌타), 아니면 1벌타를 받은뒤 드롭하고
치든가.

벨드는 두 가지 경우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는 신발과 양말을 벗은뒤 클럽을 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98US여자오픈때 박세리의 장면이 연상됐다.

"세기의 샷"을 기대하는 갤러리들도 숨을 죽였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벨드는 그러나 볼을 집어들었다.

볼이 반쯤 물에 잠긴데다 바로 앞에 자신의 키높이만큼의 돌벽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

벨드는 1벌타후 개울 후방의 러프에 드롭했다.

시도하려는 샷은 5타째가 된다.

그 샷을 깃대에 붙여 1퍼팅으로 마무리하면 우승이요, 그린에 올린뒤
2퍼팅으로 마무리하면 "3명 연장돌입"이 된다.

벨드의 다섯번째 샷은 그린앞 벙커에 빠졌다.

벨드는 수세에 몰렸다.

벙커샷(여섯번째 샷)을 붙여 1퍼팅으로 마무리해야 연장전에 합류하는
상황이 된 것.

벨드의 벙커샷은 홀 2.5m옆에 떨어졌다.

쉽지 않은 상황.

벨드는 그 퍼팅을 넣었다.

주목을 불끈 쥔 그의 표정은 분노와 안도로 오버랩됐다.

그는 최종홀에서 지옥과 천당을 함께 오간 볼을 향해 무언가 소리친뒤
개울로 던져버렸다.

< 김경수 기자 ksm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