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을 불쑥 발표했다가
뒤집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주택은행이 14일 주택청약제도 개정을 둘러싸고 빚어낸
혼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택은행은 이날 오전 9시30분 청약통장 1순위자에게 아파트 로열층을 우선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건교부도 오전에는 이를 "자율결정할 사항"이라며 사실상 용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7시께 주택은행은 느닷없이 이 제도시행을 유보한다는
정정자료를 각 언론사에 뿌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2,3순위자들에게 로열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청약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택은행이 갑작스럽게 방침을 변경한 것은 건교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사전보고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안 이건춘
장관이 이의를 제기하자 뒤늦게 이를 번복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4일 공모주 청약을 받을 때 실시하는 수요예측 절차에
일반 투자자들을 참여시키는 제도를 2개월도 못돼 중도하차시켰다.

감독당국의 준비부족과 증권사들의 "자기몫 챙기기"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
탓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바뀐 제도를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동안 증권사들만
재미를 봤다.

현대중공업 공모주 배정 주간사인 한 증권사는 "끼워팔기"로 자사
금융상품을 5천억원이나 팔았다.

이같은 부작용이 부각되자 금감원은 이날 뒤늦게 제도를 일부 개정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편은 여전하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뒤를 못가리기는 산업자원부도 마찬가지였다.

산자부는 14일 오전 "하반기중 기업들이 외자유치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어
올해 목표 1백50억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각 기업의 구체적인 외자
유치 현황을 공개했다.

기업들이 발칵 뒤집히고 언론사로 정정을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그러자 박봉규 무역투자심의관은 이날 오후 늦게 기자실에 나타나 "자료
제공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 혼선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실추시킨다.

게다가 애꿎은 국민이나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람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정부는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 김태철 증권부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