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백화점은 과연 어디일까"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이 고급 수입명품 시장을 놓고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오는 8월 말까지를 목표로 명품관 확대 및 매장단장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이들은 명품 브랜드를 하나라도 더 끌어 들이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한창
진행 중이다.

백화점 3사의 자존심 싸움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강북 고급 상권을
둘러싼 롯데와 신세계의 맞대결.

매장 개편작업을 계기로 대중적 백화점의 이미지를 벗고 고품격 백화점으로
도약하려는 롯데는 명품 비즈니스에서 현대, 신세계에 비해 한발 뒤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샤넬과 프라다 구치 등 유명 브랜드 유치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선두자리를 넘보고 있다.

특히 본점 1층의 금싸라기 매장을 내주고 끌어들인 샤넬을 포함, 기존의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등 세계 3대 보석 브랜드를 앞세워 타업체들을
앞지른다는 포석이다.

오래 전부터 본점 고급화에 주력해 온 신세계는 최근 롯데의 공격적 매장
확장전략에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롯데를 따돌리고 최근 매머드급 브랜드인 루이뷔통을 잡는데 성공,
속으로는 더 사기가 올라 있다.

신세계는 루이뷔통 외에도 셀린느 등 인기 톱브랜드를 동시 입점시켜 강북
상권 최고의 쇼핑명소라는 명성을 롯데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신세계는 또 티파니나 까르띠에 등 보석 브랜드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보석 브랜드가 빠질 경우 명품전문 매장을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현대는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상권으로는 갤러리아백화점과 경쟁관계인 현대는 이미 톱브랜드를 상당수
확보해 놓고 있으며 에르메스와 불가리, 쇼메, 셀린느 등의 추가 입점이
확정돼 있기 때문이다.

3사의 상반기 영업실적에서도 현대는 단연 앞서가고 있다.

작년 동기보다 평균 40% 정도가 늘어난 현대의 상반기 명품 매출을 비교하면
버버리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롯데와 신세계를 능가하고 있다.

현대 명품팀의 정창임 차장은 "명품관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된 만큼
브랜드 유치보다 로얄고객의 취향을 세분화해 접근하는 영업전략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롯데의 추격의지도 뜨겁다.

롯데 명품팀의 윤재현 팀장은 "샤넬 등 대형 부틱들이 다수 들어서면
명품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수입명품업체 관계자들도 롯데가 특유의 강력한 바잉파워와 매장크기
를 앞세워 신세계 현대 추격에 본격 나설 경우 시장상황이 예상외로 급변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신세계는 두 백화점에 비해 매장 크기나 브랜드 구성에서 열세인 상태.

숙원사업인 본점 재건축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협소한 공간도 큰 골칫
거리다.

하지만 명품 시장 전문가들 중에는 신세계의 "스토아 이미지"를 최고로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진짜 로얄고객"은 신세계에서 쇼핑한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도 중요하지만 매장을 찾아주는 고객이 누구인가
하는 사실도 명품업체들이 상당히 신경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3,40대 상류층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업체라면 신세계 입점이
필수"라고 지적, 명품싸움은 매장이나 매출 크기만을 놓고 비교할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