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

조만간 이런 기사가 신문지면에 등장할 모양이다.

외환위기 이후 크게 줄었던 수입이 올들어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의 통관기준 수입액은 1백2억달러.

IMF체제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

빠르면 이달부터 월간 수입액이 IMF이전 수준인 1백20억달러선에 이를
기세다.

이같은 수입의 급증은 경기회복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성장율 상승, 즉 경기회복은 직접적으로 수입을 증가시킨다.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그 효과가 더욱 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부도사태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국내 공급능력
이 줄어든 상황이어서 수입의 성장탄력치는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성장율 급등을 두고 경상수지 흑자폭의 축소를 걱정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상반기중 경상수지는 목표달성, 수출입은 목표미달 =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목표를 2백억달러로 세워놓고 있다.

통관기준 수출금액을 1천3백60억달러, 수입금액을 1천1백40억달러로 예상한
수치다.

작년보다 수출은 3%, 수입은 22% 증가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 상반기까지의 실적치를 보면 수출입 모두 증가속도가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

수출은 6백63억달러로 0.9% 감소했다.

수출물량은 늘어났지만 수출단가가 12%정도 하락한게 주요인이었다.

수입도 5백43억달러로 15% 증가에 머물렀다.

이처럼 수출입이 모두 목표에 미달했음에도 경상수지는 1백28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목표치와의 차이가 수출보다는 수입쪽이 더 컸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수입증가율이 급등하고 있는 점이다.

2.4분기의 수입증가율은 4월 10.7%, 5월 25.0%, 6월 31.8%로 가파른 상승
커브를 그렸다.

이달들어서도 40% 안팎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 하반기 전망의 최대변수는 환율 =하반기에도 수출단가는 7% 안팎의
하락이 예상된다.

대신 외환위기를 겪었던 아시아.중남미 국가의 경제회복으로 해외수요
전망이 밝아져 수출물량은 하반기중 15% 안팎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따라 하반기의 수출은 8%정도 늘어난 7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게
정부의 전망이다.

수입은 수출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경기회복이 실물분야로 확산되면서 설비투자용 기계류 수입과 원자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상반기중 8%가량 하락했던 수입단가도 하반기에는 4%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유가격의 경우 두바이산이 작년말의 배럴당 10.68달러에서 7월에는
17달러선으로 폭등했다.

이같은 수출입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목표인 2백억달러 흑자는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하반기 전체로 수입증가율이 30% 안팎에서 억제되면 연간 수입액이 목표치인
1천1백40억달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전망이 적중할 지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전망은 평균환율을 달러당 1천2백원으로 본 것이다.

지난 5월까지의 평균환율은 1천1백99.7원으로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6월에는 환율이 1천2백원을 훨씬 밑돌았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수출은 둔화되고 수입은 촉진돼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들의 표정이 좀더 심각해지는 것은 내년 이후로 얘기를 옮길
때다.

올해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유발효과는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기업들의 경우 그동안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기계류나 원자재
수입에 신중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전망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서서히 수입에 나서고 있다.

그 추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될 전망이다.

<> 경상수지 흑자 왜 필요한가 =이처럼 경상수지 전망이 불투명한데 대해
일부에서는 "굳이 흑자를 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주식투자와 기업해외매각으로 자본수지쪽에서 막대한 흑자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무리하게 경상수지 흑자를 추구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들은 특히 경상수지 흑자를 위해 환율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가격기능이 왜곡돼 장기적으로 경제운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견이고 대부분은 경상수지가 일정수준 흑자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멕시코 등 다른 외환위기 국가의 사례를 그 근거로
내세운다.

멕시코가 반복적으로 외환위기에 빠진 원인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는 국제통화기금과 미국의 도움으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가 몇년후 또다시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외환위기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소홀히 했다가는 또다시 외환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재정경제부장관의 자문관을 맡고 있는 박재하 박사는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제의 펀더멘틀이 나빠졌다고
판단해 다시 한국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