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맞대니 개발기간도 줄어들고 제품 제조 원가도 낮아지네요"

전자업체들이 신상품 개발을 위해 개발부서를 비롯 마케팅 품질 구매 제조
물류부서와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동시에 참여하는 통합 개발체제에 나서고
있다.

각 관련부서의 제품 아이디어를 모아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을 내놓고
개발기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통해 제품의 원가도 낮추고 최신 경향에 맞춘 경쟁력있는 제품이
탄생하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내 상품개발지원(VIP)센터가 대표적 형태다.

VIP센터는 삼성전자 각 사업부의 관련 부서직원들이 한데 모여 2~3개월간
장기숙식을 하면서 신상품 기획과 개발을 추진하는 곳.

삼성은 기숙사로 쓰던 5층 건물을 구조조정으로 비게되자 숙식이 가능토록
하고 개발실 아이디어실 휴게실 사우나실 헬스장 등을 갖춰 VIP 센터로
바꾸었다.

지난 연말 문을 연 VIP센터는 기존 제품보다 개발기간이 단축되고 원가가
절감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예컨데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이 센터에서 모니터 신모델(싱크마스터)을
개발,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있다.

권중열 개발부장을 비롯 관련 부서및 협력업체 직원 25명이 3개월동안
합숙 하면서 개발한 신제품은 기존 제품과 비교할때 이익율이 12.6%나 높다.

재료비를 29% 줄이고 부품수도 20%나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또 개발 기간을 과거 4.5개월에서 3개월로 30%이상 단축, 소비자 욕구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PCB사이즈를 대폭 줄여 1회당 화물운송을 기존 3백52대에서 4백40대로
높여 물류 효율성도 향상시켰다.

이 제품은 현재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VIP센터에는 디스플레이 사업부에이어 현재 에어컨, 냉장고,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TV, 전자레인지, 네트워크, 컴퓨터 등에서 모두 9개팀
2백여명이 입주, 후속 히트상품을 개발중이다.

LG전자, 대우전자, 삼성전기 등도 신제품 개발에 구매 판매 등 여러부서
직원들을 동참시키고 있다.

LG전자는 사업부별로 히트상품 개발을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오디오 사업부내에 관련자들이 모여 카세트와 인터넷
음악파일재생기를 결합한 MP프리라는 신제품을 탄생시켰다.

삼성전기도 페어소싱이라는 신제품 공동개발제도를 운영하고있다.

이 회사는 신제품을 설계한후 부품을 조달할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어
올들어 부품구매자를 신제품 개발에 동참시키고있다.

전자업체들이 신제품개발에 집단 체제를 도입한 것은 제품의 판매가가
최근 1년동안 최대 30%가량 떨어져 수익성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

거기다가 상품기획-개발-생산으로 이뤄지는 기존 신제품 개발 체제론 빠르게
바뀌는 전자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 제품 설계후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각종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수 있는
잇점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빠른 속도로 변해 과거와 같은
설계-부품구매-생산 등의 분리된 신제품 개발체제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이같은 공동참여 형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 윤진식 기자 js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