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향후 대기업 환경변화와 대응과제"라는
보고서 내용은 재계의 싱크탱크가 내놓았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그만큼 대기업 개혁을 강한 톤으로 촉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대기업 개혁 정책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실패한 경영진 퇴진이나 5대그룹 부실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적극활용 주장을 재계가 어떻게 수용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는 재계가 그동안 주장해온 대정부 정책에 대한 건의사항 등을
전혀 담지 않았다.

연구 보고서 작성 경위에 대해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두고 정부와 재계간 벌여 왔던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정부정책을 적극 수용해 개혁을 추진하자는 김우중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차원에서 구조조정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한경연은 총 50쪽 분량의 이 보고서를 회원사에도 보낼 방침이다.

<> 재무구조개선 = 경직적인 기준 적용으로 반발이 적지 않았던 부채비율
2백%를 달성해야 한다.

정부가 정한 기준을 달성해야 그룹 신뢰도가 향상되고 그래야 경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만약 연내 부채비율 2백%를 달성하기 어려울 경우 달성 가능한 지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채권단과 협상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자본시장의 기업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생존 차원에서 부채비율 낮춰야
한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하고 금융권 부채를 출자
전환할 때는 경영권도 양도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자산매각시에는 경영권(50%이상 지분매각)도 양도할 수 있다는 자세로
강도높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자산을 팔 때는 상징적 홍보효과가 큰 굵직한 사업부터 매각하는게 바람직
하다.

계열사 지원은 최후의 수단이다.

부당한 계열사 지원행위로 판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소액주주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 사업구조개선 = 5대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을 보면 계열사수는 크게
줄지만 실제 사업 다각화 정도는 개선될지 불투명하다.

계열사 감축등 외형보다는 실제로 다각화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핵심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구축해야 한다.

비주력 비관련 사업은 수익사업이라도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

전통적 산업분류에 의한 연관 산업이 아니라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도록 사업구조를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사업구조를 재구축한 후에는 사업구조에 맞는 효과적인 경영지배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전문화 그룹은 중앙집중적인 경영시스템이 바람직하다.

다각화 그룹에서 사업별 독립경영원칙을 무시하고 그룹 본부에서 과도하게
개입한 나머지 경영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다.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한국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일본 및 유럽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게 바람직하다.

선택한 사업구조에 대해서는 가치창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내부거래 우려 등 외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또 사업구조를 재편할 때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하고 창조적
파괴없이는 구조조정 등 개혁을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지배구조 개선 = 기업 지배구조개선은 기업 자신을 위한 것이다.

때문에 전문경영인을 적극 영입하고 사외이사를 실질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실패 경영진은 과감히 퇴진시키고 구조조정을 주도할 신진 경영진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특히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업종간 상호출자 및 대출을 축소해 독립소그룹 체제로 이행해야 하며
수직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거래는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 제재는 물론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밖에 기업 정보에 대한 공시 투명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순한 수익률보다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여부로 투자를
결정한다.

기부금도 공개해 주주 이익에 합당한지 감시받도록 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잘 추진한 기업은 결합재무제표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한계 부실 사업을 정리하는데 더 힘써야 한다.

또 2000년 이후에 주력사업을 통합하게 될 중간 지주회사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지주회사는 그룹의 확장도구가 아니며 그룹의 지배구조를 합리화하는 조직
구조로 인식해야 한다.

또 대기업은 정부의 공정거래정책의 변화에 발맞춰 기민하게 대응하고
부실사업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