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은 지형이 특이한 곳이다.

용이 승천하기 위해 용틀임을 하는 형상이라느니,봉황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있는 형상, 함지박처럼 큰 산이 어깨를 맞대고 둘러서 있어 신령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라는 말들이 예부터 전해 내려온다.

재약산 북쪽 봉우리의 하나인 수미봉(1천1백89m) 중턱 해발 6백m 계곡에
자리잡은 밀양 얼음골은 이같은 "밀양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얼음골은 한더위에 얼음이 얼고 삼동 한겨울에 얼음이 녹아 물에서 더운
김이 오른다.

주변 지형은 동.서.남 3면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멀리서 얼음골을 바라보면 산봉우리 계곡 사이에 움푹 들어간 형상이 마치
백두산이나 한라산 분화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얼음이 어는 지대는 돌밭이다.

얼음골 계곡에 들어서면 냉기가 온몸을 엄습한다.

4월 초순께부터 바위틈새에 얼음이 얼기 시작해 삼복 한더위 무렵이면
얼음 얼기가 절정에 이른다.

반대로 8월 하순부터 얼음이 녹아 한겨울에는 바위틈에서 얼음 대신 더운
김이 올라온다.

한겨울 얼음골의 기온은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간다.

천연기념물 제 2백24호로 지정된 얼음골의 신비는 아직까지 학문적으로
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쓰쿠바대학 연구팀이 이곳을 방문, 여름에 얼음이 어는 원인을
밝히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다만 겨울의 냉기가 바깥으로 분출되지 못한채 저장돼 있다가 4월부터
돌틈새가 넓은 얼음골로 분출돼 나오는 것으로 유추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 의학자인 유의태가 죽으면서 자신의 유체를 이곳에서 해부하게
했고 그의 제자인 허준은 스승의 시신을 이곳에서 해부하는 등 의술을 연구
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8월초에는 전국 한의사 1천5백여명이 얼음골에 모여 동의제를
지낸다.

올해에는 유감스럽게도 4월까지 얼음골에 얼음이 얼었으나 그 이후에는
얼음이 녹아 요즘에는 돌 밑바닥에만 얼음이 약간 남아 있을 뿐이다.

얼음골 관리인 권주현(65)씨는 "이상고온의 날씨인데다 등산객들이 고드름을
몰래 따 얼음이 얼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얼음골 매표소에서 2백m 떨어진 천황사 입구에 다다르면 쌍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얼음골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왼쪽은 가마볼 협곡으로 가는
길이다.

얼음골에서 얼음을 보지 못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천황사에서 육각수 약수를 한모금 마신후 가마볼 협곡으로 10분쯤 오르면
기이한 형상의 폭포와 마주친다.

오른쪽에 있는 폭포는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고 해서 암가마볼 협곡이라
불린다.

폭포 줄기가 30m로 상류의 계곡 틈새는 불과 4~5m.

계곡의 폭이 좁아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듯하다가 폭포를 이룬 것이다.

이곳에서 20m 내려가면 만나는 수가마볼 협곡은 폭포 줄기가 20여m에
불과하지만 폭포물이 수직 낙하한다.

그래서 "남자가 오줌을 누는 형상"이라는 말이 붙여졌다.

언양 자수정 동굴나라, 영남루, 만어사, 기회송림 등은 얼음골에서 밀양
이나 언양 방면으로 나오는 길에 들를만한 곳이다.

국내 3대 누각의 하나인 영남루는 밀양팔경의 제일경으로 꼽히며 야경이
특히 멋있다.

기회송림은 1백년이상 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강물이 맑아 삼림욕
과 야영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