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의 노래는 깊고 그윽하다.

이글거리는 마그마가 터져 나오는 듯한 강렬함과 날 것 그대로의 채소를
씹는 듯한 신선함도 살아 있다.

가장 격정적이면서도 가장 서정적인 가수가 바로 한영애다.

그가 4년만에 5집앨범 "난다 난다 난.다"를 들고 찾아왔다.

옛 앨범들에선 들을 수 없었던 전자악기 소리를 많이 사용했다.

"누구없소" "코뿔소" "조율" "말도안돼" 등 한영애식 노래에 익숙한 팬들은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다.

"항상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특히 기계음을 많이 사용했어요.
기존 팬뿐만 아니라 저를 몰랐던 사람들까지도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이젠 어느정도 만족해요"

이번 앨범에는 테크노를 비롯해 트립합 레게 트로트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실었다.

뿜어내듯 내지르는 샤우팅 창법을 피하고 절제된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했다.

머릿곡 "난.다"는 한영애의 변화를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곡.

작은 박자로 잘게 쪼개지는 리듬에 같은 코드가 반복되는 트립합 형식의
테크노 음악이다.

기계음이 만들어내는 딱딱함에 끌려가지 않고 이를 제압하고 아우르는
성숙함을 보여준다.

"화려한 변신과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그의 의도가 성공했다는 평이다.

경쾌한 레게풍의 "따라가면 좋겠네"와 포크발라드를 테크노풍으로 노래한
"섬아이" "꽃신속의 바다", 트로트 명곡을 리메이크한 "봄날은 간다" 등은
한영애의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76년 포크음악의 마지막 선풍을 일으켰던 "해바라기"의 창단멤버로 음악활동
을 시작한 그가 노래를 천직으로 삼게 된 것은 85년 첫앨범을 내면서부터.

9년동안은 연극에 파묻혀 지냈다.

"그땐 연극만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몇년 하다보니까
한계에 부딪치더군요. 뭘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해바라기"에서 같이 일했던
이정선씨를 만나 다시 노래하게 됐습니다"

연극은 당분간 접어두고 노래에만 전념하겠다는 그는 그동안 해왔던 록과
블루스를 포함해 다양한 음악을 실험할 계획이다.

공연도 정기적으로 가질 생각이다.

9월께 5집 앨범에 실린 노래를 중심으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