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정우범은 독특한 기법의 수채화로 화단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중견작가다.

그는 종이위에 형상을 그리는 일반화된 묘사방식과는 다른 기법을 동원한다.

종이와 물감, 물이라는 각기 다른 물성을 독특한 표현행위로 결합시켜
작품을 만든다.

예컨대 물에 적신 종이를 놓고 솥을 씻는 풀뿌리같은 붓으로 물감을
두드리며 묻히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물감이 종이에 깊게 스며들면서 종이와 물감이 일체가 된다.

일반적인 수채화에서 풍기는 예쁘고 산뜻한 맛은 찾아보기 어렵다.

붓자국을 거의 남기지 않는 것도 특유의 표현기법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을 보면 유화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깊이있고 질박하고 중후한 분위기가 우러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채화분야에서 독창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김창실 선화랑대표는 "정우범의 그림은 남도의 잘 우려진 장맛같은 그윽한
색조때문에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며 "무엇보다도 중후함과 질박함
투박함 등을 밀도 높게 구사함으로써 수채화의 위상을 한단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정씨의 13번째 개인전이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선화랑(02-734-5838)에서
열리고 있다.

인물 정물 풍경 등을 소재로한 그림 40여점이 걸려 있다.

정씨는 교대를 졸업한후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예술로 인생에 승부
를 걸겠다"는 각오로 뒤늦게 화단에 뛰어든 특이한 케이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지만 학교에서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적은
없다.

화선지와 씨름하며 독학으로 자기만의 그림을 익혔다.

그만큼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힘든 일이 생길때는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 잡는다"는 작가는 오늘도
독특한 화법으로 자신의 내면을 화폭에 옮기고 있다.

(02)734-0458

< 윤기설 기자 upy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