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이 없는 삼성자동차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도 잘못이 있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당사자인 금융기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혹을 넘어 분노마저 감추지 않을 정도다.

특히 그룹의 신용도를 내세우며 돈을 빌려간 삼성측이 이제와서 "채권단
잘못"을 거론하고 나선 데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을 시작하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에는 분명히 삼성그룹에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며 "구두로 약속한
것이라고 해서 이제와 모든 것을 부정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초우량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려주는데 이는 모기업의 신용을 토대로 하는 것"이라며
"외국기업들은 사업이 실패했다고 해서 삼성처럼 안면몰수하고 돈을 떼먹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계속 채권단 잘못을 거론할 경우 금융제재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또 부산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산공장을 계속 가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공장을 가동시키려면 돈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데 결국 손실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에 부도로 처리한후
자산매각방식으로 부산공장을 처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