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과 화의에 들어간 기업들이 일부 금융기관의 이기심과 보신주의로
멍들고 있다.

워크아웃기업들은 최근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채권단이
편법적으로 고리를 뜯는 등 워크아웃 취지에 맞지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 고금리, 부당대우에 시달리는 워크아웃기업 =상당수 워크아웃기업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위원회에 따르면 워크아웃 40개사의 단순평균금리는 연
16.42%.

중소기업대출금리가 연 8%대로 떨어지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이런 고금리 여신만 3천5백65억원에 달한다.

특히 일부기업은 연 26.30%의 금리를 물고 있다.

살인적인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이다.

기존 부채에 대해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약 9.5%)나 여기에 1%를 더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은 워크아웃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워크아웃 방안이 마련될 당시에는 우대조치였지만 대출금리가 그 밑으로
떨어진 요즘엔 고금리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은 67%, 중소기업은 53%가 우대금리 이하로
돈을 빌리고 있다.

채권단은 당좌차월 등 한도성 여신을 줄여 기업들의 정상적인 영업을
가로막고 있다.

61개사의 당좌차월은 워크아웃기업의 영업상황을 감안할 때 필요한 한도
1조5백52억원의 26.4%인 2천7백90억원에 불과했다.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갚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지 못한 기업도 많다.

워크아웃 기업들은 지난해 영업여건이 악화된데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돼 거액의 손실을 기록했다.

상법은 순자산액의 4배이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차환발행이 가능한 워크아웃기업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이 추가로 담보를
요구하는 등 협약위반사례마저 등장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예금과 대출을 맞바꾸는 예대상계를 할 때도 워크아웃
기업에 중도해지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자산매각을 할 때 후순위담보권을 풀어주지 않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워크아웃기업 대상외의 자구대상 물건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보증채권자가
워크아웃기업에 연체이자를 내라고 강요하는 일도 적지않다.

워크아웃 기업은 보증채무를 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기업개선계획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채권의 일부나 전부를 불공평하게 보전받는 이면계약을 강요하는 경우도
간혹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건설업체다.

건설업체는 신규수주를 거의 못하고 있다.

7개건설사의 신규수주금액은 올들어 8천8백6억원으로 지난 97년 같은
기간의 7.2%에 그쳤다.

워크아웃과정에서 부실을 모두 털어내 외견상 재무구조가 나빠졌기 때문
이다.

일부 건설사는 입찰자격마저 박탈당했다.

관계자는 "분식을 일시에 털다보니 자본잠식에다 손실까지 겹쳐 이중으로
감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공제조합의 신용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고있다.

워크아웃 신청전에는 A등급인 곳이 워크아웃후엔 C등급으로 전락하는
식이다.

일부 건설관계기관은 출자전환의 경우 자금유입이 없기 때문에 유상증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밖에 워크아웃기업이 상거래보증을 못받거나 정부의 기술개발자금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중장기전략상 신규투자가 필요한데도 채권단은 "그럴 돈이 있으면
빚부터 갚으라"며 묵살하고 있다.

<> 제도와 운영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대한상의는 3일 정부에 제출한
"워크아웃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업계의견"에서 워크아웃 기업이 회사채
를 새로 발행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갚을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상의는 "회사채 차환발행은 부채증가를 수반치 않고 법정관리기업도 사채
발행한도를 예외적용하고 있다"며 워크아웃기업의 차환발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사모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워크아웃 기업의 숨통을 죄는 요소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전환사채는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어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RJR 나비스코사는 CB 발행을 통해 1천%가 넘던 부채비율을 1년반
만에 1백%로 축소하기도 했다.

상의는 "워크아웃기업의 사모CB발행은 투자유치를 통한 재무구조개선의
유력한 수단"이라며 "사모CB의 발행매수 및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주식전환
금지기간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또 워크아웃 기업들은 관급공사 입찰자격 평가방식을 부채비율이
아니라 현금흐름 중심으로 바꾸는게 낫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하반기에 고금리 한도성여신축소 등 워크아웃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 허귀식 기자 window@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