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 남은 지난간 영욕의 얼굴들"

영국에서 발간되는 금융전문지 "유러머니" 최근호는 지난 30년동안 금융계
에서 이름을 남긴 명사(Hero)와 악당(Villain) 20여명을 선정,소개했다.

정부 관계자로는 지난 80년대 개발 도상국들의 외채위기때 국제구조계획을
입안, 금융위기를 방지한 폴 볼커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계의 명사로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미 재무부 부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브래디 플랜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주도한 데이비드 멀포드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CSFB)은행의 국제담당
회장도 개발 도상국들의 금융 안정화에 족적을 남긴 인물로 선정돼 보도됐다.

이외에도 지그문트 워버그(워버그 딜론 창립자)와 라이너 구트(크레디
스위스 회장) 등은 유럽 금융계에 새로운 형태의 경영방식과 영업 스타일을
도입, 구축한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 금융계에 헤지펀드 등 투기성 자금들이 난무하면서
이와 관련한 악당(?)들도 출현하기 시작했다.

2백33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영국 베어링 은행을 단칼에 쓰러뜨린
이 은행의 파생선물 투자담당 "릭 니슨"이 대표적이다.

"정크본드의 황제"로 불리며 세계 채권시장을 주무르다 지난 90년 시세조작
혐의로 구속돼 11억달러의 벌금을 물었던 헤지펀드의 대명사 "마이클 밀켄",
펀드 매니저로 일하다 도이체방크에 4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악녀 "피터 영"
등이 부끄러운 금융인으로 꼽혔다.

특히 지난91년 부패스캔들(폭력배와 정치인, 금융업자가 연계된 사건)을
일으키며 중도 사퇴한 노무라 증권사의 다부치 세쓰야 전 회장은 아시아
금융계의 어두운 측면을 부각시켰다.

한편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설립"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던 도이체 방크의
전 대변인 알프레드 헤르하우젠은 동유럽인들에게 테러를 당해 사망한 불운의
사나이로 꼽혔다.

사람은 아니지만 미국의 헤지펀드 업체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도
파산위기에 몰려 세계 금융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족적을 남겨 명부에
포함됐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