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미국 비즈니스계에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뚜렷해지고 있다.

"넘버원" 기업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면서 매출액 주가 등 대부분
경영성적표에서 여타 경쟁업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하고 있다.

이들 넘버원 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약소 기업들을 집어삼키면서
선두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창업붐이 불고 있는 인터넷기업들 사이에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

미국 제록스사가 인터넷 기업의 사이트 접속횟수를 조사한 결과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사대상 12만개 인터넷기업 사이트중 상위 5%만이 전체 접속횟수의 7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야후는 단연 선두자리를 고수해오면서 경쟁업체의 추월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경매업체인 e베이는 대표적
예이다.

프랭크 교수는 "대부분 사람들이 뭔가를 사고 팔거나 할때는 항상 e베이를
떠올리고 있다"며 "이같은 소비심리로 인해 e베이는 더욱 강한 기업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크 교수는 이미 지난 95년 "1등기업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The Winner
Takes All Society)"라는 책을 펴내 이같은 현상을 일찌감치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인터넷기업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드먼은 "인터넷 기업 가운데 앞으로
절반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그중에서도 4분의 1만이 현재의 주가를 유지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정글법칙은 인터넷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기업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지난 90년대초 나이키와 리복이 스포츠신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당시 양사의 매출규모는 각각 연간 40억달러와 30억달러로 나이키가
약간 앞서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양사 성적표에는 명암이 분명해졌다.

나이키의 스포츠화 매출액이 1백억달러로 급성장한 반면 리복은 20억달러로
오히려 감소해 양사의 매출액 차이가 5배로 벌어졌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경쟁업체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와 웨스팅하우스를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아부친 것도 좋은 예이다.

또 네크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가 베이네트워크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나 패션업체인 갭이 리미티드를 제치고 만년 1위자리에 올라선 것도 같은
경우다.

이처럼 1등과 2등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결국 1등만이 살아남게 되는
것은 초창기 뿌리내린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해 소비자들이 웬만해서
는 거래 기업 및 제품을 바꾸질 않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머서매니지먼트의 안드리안 슬리보츠키 부사장은 "누가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느냐가 승패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선두기업이라는 잇점때문에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가격-높은 서비스"
제공이 보다 용이한 것도 한 몫했다.

유능한 인력들이 1등기업으로만 몰리면서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