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변제시한을 맞은 한라중공업의 처리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은 30일까지 7천5백억원가량의 빚을 갚기로 돼있는 한라중공업에
대해 일단 채무변제기한을 2,3개월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인 처리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변수가 많은 형편이다.

30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열리는 한라중공업 채권은행단 전체회의에서는
한라중공업의 처리방향을 놓고 3자인수, 파산결정 등 여러가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외환은행 등 주요채권은행들은 한라를 파산시킬 경우 부도자산처리에서
실익을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신설비이기는 하지만 살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헐값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라중공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일단 몇개월 채무변제기한을 연장시키면서 제3자 인수 등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채권단 내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체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담보가 있는 채권은행들은 파산결정을 해버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처리전망도 불투명한데 질질 끌어봐야 한보철강의 예에서 보듯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은 만도기계가 한라중공업에 보증을 선 부분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 만도에 대해 보증이행을 요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만도기계 자체도 외국업체에 매각을 추진중이어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채권을 만도를 통해 회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로스차일드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면서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방안도 계속
검토되고 있는 방안의 하나다.

그러나 인수를 알아보는 외국업체가 없어 현실성은 작아 보인다.

제3자 인수의 경우 한라중공업에 5천여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유력한 업체로 떠오르고 있으나 현대 자체는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부채비율을 줄여야 하는 판에 이를 떠안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편 관련업계에서는 한라중공업의 파산결정이 지역경제에 불러올 파장을
피하고 또 국내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제3자 인수로
해결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채무일부의 출자전환, 채무변제조건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