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도중 북한에 6일간 억류됐던 민영미(35)씨는 북한측의 협박에
못이겨 "공작요원"임을 인정하는 허위자술서를 쓴 뒤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통일부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는 지난 26일 민씨에 대한
1차조사를 벌인 결과, 민씨는 북측의 협박에 견디다 못해 그들이 부르는
대로 자술서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합신조에 따르면 민씨는 20일 오후 2시30분쯤 구룡폭포에 도착, 관광을
하던 중 바위에 한자로 새겨진 "미륵불"이란 글자를 보고 "미"자를 읽지
못해 이를 묻느라 50대남자를 포함한 북한 안내원 2명과 대화를 시작했다.

당시 민씨는 1백달러의 벌금을 물었으며 관광이 끝난 후 배에 타기 위해
출입국관리소에서 기다리던 중 북한 안내원들에 의해 컨테이너 박스돼
가건물로 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민씨는 "이곳에는 권총을 찬 사람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의 한 관계자는 "귀환하는 배안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민씨가
"그들이 원하는대로 자술서를 써줬는데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며
몹시 걱정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례에 비춰볼 때 자술서를 쓰지 않았다면 석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민씨 석방협상에서 자술서문제가 쟁점이 됐음을
시사했다.

한편 귀환후 입원 이틀째인 27일 민씨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등 건강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전날 밤 두 아들과 감격적인 재회의 기쁨을 나눈 민씨는 이날 오전
7시40분께 쌀밥과 죽 삼치구이 배추나물 잡채 등으로 짜여진 밥상을 절반
정도 비웠으며 점심때는 거의 정상에 가까운 식사량을 보였다.

이처럼 안정을 되찾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오전 10시30분께
병원을 찾아와 5분 가량 민씨를 면회했다.

민씨의 주치의인 김성윤(40)교수는 "민씨가 ''신체적 위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민씨는 "수면시간과 식사를 충분히 제공받았지만 불안감 등으로
인해 30분~1시간 정도씩 토막잠을 잤으며 음식물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