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장기적인 호황기에 접어들었는가"

사상 초유의 은행퇴출 1주년을 맞아 은행들은 올해 큰 폭의 이익을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에만 주요 15개 은행의 순이익이 2조4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월 29일 5개 은행이 문닫았던 것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다.

작년에는 은행들이 14조원의 적자를 봤었다.

금융이 제기능을 해야 경제가 활력을 띤다는 점을 고려할 때도 은행의
수익증가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은행들도 그동안의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기반을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은행들의 이익이 증가한 것은 일시적이라는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은행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자연퇴출되는
은행도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상반기에는 왜 이익이 늘었나 =조흥은행은 상반기 업무이익을
5천9백억원, 당기순이익을 5천2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통상적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이익구조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작년에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했는데다 올해 추가
부실이 크게 발생하지 않아 이처럼 이익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조흥은행이 상반기중 쌓는 대손충당금은 7백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이같은 이유때문에 이익을 내고 있다.

은행들이 작년에 쌓았던 대손충당금 등 각종 적립금은 4조1천억원.

작년에 부실채권 청소를 대대적으로 단행한게 올들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작년까지는 신탁부문에서 거의 한푼의 이익도 거둘 수 없었는데
올해는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윤옥현 종합기획부장은 "신탁자산에서 생긴 부실을 즉시 반영
하도록 제도가 바뀌어 상반기에만 신탁에서 1천9백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한미은행의 경우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작년중 채권을 대거 편입했는데
여기서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은행들이 거둔 이익은 제도나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것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일부 은행은 대규모 자본확충에 따른 이자수입도 만만치 않다.

외환 한빛 조흥 신한 한미은행 등은 작년과 올들어 최고 1조원에 이르는
증자를 단행했다.

비용제로의 증자자금이 그대로 이익에 반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 그러나 하반기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은행들은 여전히
하반기를 낙관적으로 본다.

무디스나 S&P 등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전망인데다 상반기의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현재 갖가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단지 현재는 숨겨있어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은행들의 돈 번 내역이 신통치 않다고 지적한다.

예대마진을 넓혀 기업과 개인들의 주머니를 더 축낸것 외에 무엇이 있냐고
반문한다.

금융연구원의 김동환 연구위원도 비슷한 시각이다.

그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하나도 진전된게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들이 새로운 수입원을 확대해아하는데 현재의 경영상황을 볼 때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은행들도 내부적으론 자산의 부실화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30조원을 넘는 워크아웃 기업 여신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이익구조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은행들은 또 미래상환능력을 기준으로 한 자산건전성 재분류도 걱정한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은 이 분류기준에 따라 각각 4천억원이상씩의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흥은행과 한빛은행은 각각 5천억원 이상으로 잡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는 체질개선을 해야만 은행들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은행이익 개선요인 ]

<> 경기회복으로 부실채권 추가발생 주춤
- 대손충당금 적립부담 완화
<> 자본확충에 따른 이자수익 증대
<> 예대마진 확대 추세
<> 주가상승에 따른 평가익
<> 사업다각화에 따른 수수료 수입 증대
<> 신용등급 상향기대 -> 조달금리 하락

[ 은행이익 부진요인 ]

<> 외국계은행 진출에 따른 경쟁 치열
<> 대출세일 부작용 우려
<> 자회사 처리과정에서 부실 분담 가능성
<> 워크아웃 여신 부실화 상존
<> 금리상승에 따른 보유채권 매각손
<> 미래상환능력에 따른 자산건전성 재분류
- 대손충당금 부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