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점을 찾지 못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세계 여행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중동 하늘길이 막히자 카리브해, 지중해 서부 관광 수요가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유가 급등 여파를 우려한 소비자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취소하는 등 여행 목적지와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일본에서는 연료 수급난 때문에 문을 닫는 온천까지 등장했다.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장기화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곳은 항공업계로 분석된다.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의 약 25%를 차지하는 주요 항목이라 전쟁이 길어질수록 항공사 부담이 커진다.세계 항공사들은 노선 감축,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대응에 나섰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수익성 낮은 노선을 감축해 운항 규모를 5% 줄이겠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베트남 항공사 비엣젯은 베트남 내 항공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4월 비행 스케줄을 무더기 결항했다. 길어진 비행 시간에 기착지를 추가하는 노선도 생겼다.전쟁 발발 후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로는 두 개만 남았다. 그마저도 폭이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아제르바이잔 상공 항로는 5일 이란으로부터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일부 구간 폭이 기존 100마일에서 현재 50마일(약 80㎞)까지 축소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구간은 아제르바이잔보다 항로가 조금 더 넓지만 사우디가 자국 영공에 걸쳐 있는 일부 경로를 제한해 범위가 좁아졌다. 비행 항로가 좁아지면 관제사가 각 항공기 비행 고도를 다르게 설정해야 해 업무가 늘어난다. 이를 이유로 항공사가 지불해야 하는 영공 통과 수수료가 더 증가할 수도 있다.중동으로 휴가를 떠나기 부담스러워진 소비자들은 목적지를 조정했다. 유럽 관
이란이 자국과 사전 조율을 거친 '비적대적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에 서한을 보내 "침략자들과 그 지지자들이 이란에 적대적인 작전을 수행하고자 호르무즈 해협을 악용하는 것을 막고자 비례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이같이 적었다.이란은 미국,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은 물론 "침략에 가담한 다른 참여국들의 선박은 비적대적 통항 자격이 없다"고 명시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한 셈이다.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와 걸프 국가들의 주요 화물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란에 의해 사실상 봉쇄됐다. 현재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은 약 3200척에 달한다.개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선박도 22척이 넘는다. 해협 봉쇄로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을 일으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유엔 산하 기구인 IMO는 선박들이 걸프 해역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휴전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이란에서는 암살을 위한 함정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당국자와 아랍 인사들을 인용해 미국이 휴전 협상을 미끼로 고위 지도부 암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란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특히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하려는 이란 측 대표로 지목한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을 살해하려는 함정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평가다.2020년부터 국회의장을 맡은 갈리바프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공군사령관·테헤란시장·경찰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보수파 정치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지도부 다수를 살해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았다.이란 측 당국자들은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유예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역시 공격 재개에 앞서 유가를 낮추기 위한 시도일 뿐이라 보고 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과 이란 양국이 적대 행위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이나 대화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다.한편 튀르키예와 이집트,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서 오는 26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양국 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