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붐"이 일고 있다.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조명하고 재평가하는 차원을 넘어 그가 쓴 곡을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로 삼으려는 연주자와 연주단체가 줄을 잇고 있다.

윤이상 붐은 최근 예술의전당의 오페라페스티벌에서 윤이상의 "심청"이
국내초연되면서 촉발됐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는 그의 완성도 높은 음악에 대한 관심이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윤이상 음악의 연주붐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
정치용(예술종합학교 음악원)교수.

그는 지난 3월부터 매달 한 곡씩 윤이상곡을 연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바라"(3월), "화염속의 천사"(4월), "예악"(6월) 등 관현악곡을 서울시향과
함께 연주했다.

5월말 윤이상 실내악페스티벌에서는 "투게더" 등의 지휘를 맡았다.

하반기 연주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관현악곡 "무악" "서주와 추상" 등
과 교향곡을 내년까지 연주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90년에 창단된 금호현악4중주단도 95년부터 본격적으로 윤이상의
실내악을 연주해왔다.

해외연주를 나갈때면 항상 윤이상 곡을 한곡씩 연주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현악4중주단, 콰르텟21, 콘트라베이스주자 안동혁씨 등도 윤이상
음악의 연주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문호근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은 "한반도에 냉전의 먹구름이 걷혀가는데 맞춰
그동안 친북인사로 인식되어 오던 윤선생을 우리 민족이 배출한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윤이상 붐의 이유를 설명했다.

문 감독은 또 "윤선생의 음악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대하같은 흐름,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 높은 수준의 음악적 테크닉 등이 연주자를
매료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음을 죽 끌고 가는
글리산도(glissando)와 현의 떨림을 활용하는 트릴(trill)이 윤이상 음악의
특징"이라며 "한국적이면서도 특이한 리듬과 음의 비약 등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금호현악4중주단 리더인 김의명(경희대) 교수는 "음 하나 하나에 한이 맺혀
있는 것 같다"며 "한국적 정서의 아름다움 느낄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붐을 이루고 있는 윤이상 음악이 국내에서 원상대로 복원되려면
그의 음악에 담긴 "정신"을 펼쳐낼 연주방법론을 정립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호근 감독은 "이제는 어떻게 윤이상을 연주할 것이냐는 연주방법론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음악계의 소명이자 세계 음악계의 요청"이라고 말했다.

음악인들은 또 우선적으로 학교 음악교육에서 윤이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연주자들도 윤이상의 음악을 더 자주 무대에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