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사태가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확연하다.

북한은 17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어선들이 꽃게잡이에 나섰으나
경비정들은 북방한계선에 접근하지 않고 먼발치에서 정박한 채 머물렀다.

추가공격과 관련한 특별한 이상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

우리측은 전군에 내린 경계강화조치를 유지하면서도 이날 열기로 했던
작전부대지휘관회의를 다음주로 연기했고 남해안 기지로 들어왔던 핵추진
잠수함도 철수했다.

우리측은 침몰된 북한 잠수정 인양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조업이 전면 허용돼 어민들은 모처럼 환한 교정이었다.

<> 서해 상황=서해상에 내려졌던 폭풍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오전 6시45분께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 5척이 북방한계선(NLL) 선상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완충구역 남단에서 대기중이던 해군 고속정 6척이 출동하자 한계선
북쪽 1km 까지 물러났다.

북한 어선은 오전 9시께 15척이 추가돼 모두 20척이 NLL 북쪽 3~5km 에
흩어져 조업했다.

북한 경비정 6척은 이날 오전 5시께부터 NLL 북쪽 6km 해역에 정박한 채
조업을 지켜볼 뿐 더이상 남하하지 않았다.

북한군의 추가도발 징후 등 이상조짐도 나타나지 않았다.

평양방송도 "남조선은 긴장상태를 격화시키지 말고 완화로 가야한다"고
말했으며 대남 확성기 방송횟수도 줄어들었다.

다만 군당국은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재발사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북한이 발사대를 확대설치하고 있으며 차량들이 연료저장고로 보이는
시설로 빈번히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움직임이 이번 사태와 관련된 것인 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 우리군의 대비 =차영구 국방부 대변인은 "사태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군에 내려졌던 비상경계태세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해군은 북한 서해안 등산곶 등에 배치된 해안포와 지대함미사일 실크웜의
사정권을 피해 완충구역 남단 해역에 고속정과 초계함, 상륙정 등 함정
10여척을 배치하고 북의 동향을 관찰했다.

공군은 3일째 전비행단의 출격태세를 유지하고 초계비행과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했으며 육군도 오는 18일까지 "데프콘3"에 준하는 경계태세를 지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소집하려던 작전부대지휘관회의는 내주로 연기했다.

불필요하게 남북간의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 "달빛이 없는 무월광시기인
18일까지 무장간첩이나 잠수함의 국지도발이 없다면 사해상의 긴장사태는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군의 움직임 =미 7함대사령부는 전날 핵잠수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 RC-135 통신감청용 정찰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킨 데 이어 17일에도
미국 본토의 F-18전투기 2개 편대와 B-52 폭격기 10대, 패트리어트 1개
대대에 대해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또 핵항공모함 키티호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컨스털레이션 항모가 미국
샌디에이고를 떠나 한반도로 이동하고 있다.

한.미 연합사령부는 이와관련 "컨스텔레이션호는 걸프지역으로 이동중
일상적인 훈련을 위해 한반도 근해를 경유하는 것일 뿐"이라고 발표했다.

연합사측의 이같은 발표는 미군 전력의 전진배치에 따라 긴장이 고조된
북한이 취할지도 모를 돌발적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사측은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판문점 유엔군 유해송환을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한데 대해서도 "절차상의 문제로 연기됐을 뿐"이라고 설명
했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