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과 미국문화에 대한 비판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조지
리처 저, 김종덕 역, 시유시, 1만2천원)가 나왔다.

"맥도널드화"란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점의 원리를 토대로 "획일적
합리화의 불합리성"을 꼬집는 사회학 용어.

저자는 이를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라는 네가지 특성으로
요약한다.

이를 통해 미국사회의 합리화 과정과 비인간화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효율성과 합리화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는 인간소외의 대안을 찾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그의 주장은 막스 베버의 "합리화 이론"과 맞닿아 있다.

막스 베버는 관료제를 합리성의 한 패러다임으로 보았다.

베버는 합리화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갖는 위험, 특히 "쇠 감옥"
이라고 부르는 오류를 지적했다.

"빈틈 없는 그물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성을 박탈하는 "독소"라는
얘기다.

저자의 논리는 명쾌하다.

어딜 가서 사먹든 빅맥은 빅맥이며 합리화로 무장된 사회는 언제 어디서나
똑같고 편안한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매뉴얼과 복장, 표정으로 인사를 되뇌이는 종업원들은 차라리
햄버거 공장의 로봇이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처럼 언제나 정해진 수치에 따라 효율적으로 움직여
주지는 못한다.

그에 따라 인간을 기계와 같이 통제하기 위한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된다.

나아가 로봇과 컴퓨터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저자는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라 기업 노동 교육 의료 쇼핑 레저 섹스 죽음
까지 우리 생활체계를 온통 저당잡고 있는 "합리화"의 이면을 파헤친다.

또 그것의 비인간성을 풍부한 사례와 이론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맥도널드의 "입맛"에 무심코 길들여진 자신을 스스로 꿰뚫어보고
시야를 넓히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사회의 획일적 입맛을 강요하는 규제들과 맞서라고 강조한다.

그는 책 마지막 장에서 딜런 토머스의 시를 인용해 이렇게 경고한다.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