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가 수그러드는 조짐은 TV에서도 느껴진다.

한동안 화면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해외 촬영이 슬그머니 늘기 시작했다.

특히 각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앞장을 선다.

SBS "좋은 친구들-비교체험 극과극"에서는 최근 우리나라 종로에서 팔리는
떡과 프랑스의 빵을 철저히 비교 분석했다.

우리나라 동네 빵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빵이었지만 어쨌든 극과 극
이란 이름으로 비춰졌다.

KBS2의 "일요일은 즐거워-출발드림팀" 코너에서는 5월말 2주 연속으로
우리나라 연예인팀이 미국 LA로 원정가 현지 대학생들과 벌인 뜀틀과
높이뛰기 대회를 내보냈다.

딱히 오락프로그램은 아니지만 MBC토크쇼 "백야"에선 MC 백지연씨가 일본
유학중인 개그맨 이경규를 만나러 몸소 떠났다.

카메라는 이씨가 다닌다는 학원 앞을 기웃거리거나 그의 "힘겨운" 유학생활
을 시시콜콜히 중계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백야가 방송되기 2시간 전 MBC뉴스데스크와 KBS9시뉴스
는 공히 국회의원들의 나들이성 외유를 준엄히 나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경제에 온기가 번지고는 있다지만 아직은 아랫목 이야기다.

실직률은 여전히 하늘을 찌르고 대학4학년들은 취직걱정에 잠을 못이룬다.

경제난국을 "그때 그시절" 쯤으로 여기기엔 분명 이른것 같다.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TV의 전혀 다른 두얼굴은 보기 씁쓸하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