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하고 있다.

6월7일에는 44.82포인트나 오른 뒤 이틀후인 9일에는 50.14포인트나
폭락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10일에는 52.60포인트나 폭등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주가를 이처럼 움직일 정도로 펀더멘탈(경제와 증시의
기본여건)이 변할리가 만무하다.

부실정치에 의한 노사갈등 우려같은 돌출악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주가를
급변시킬 만한 파괴력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증시전문가들도 "당황스럽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주가급등락의 원인을 찾기에 분주하다.

지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포철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의 급등락에
따라 시장전체가 흔들렸다는 점에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이들 블루칩이 왜 동요했는지에 대한 시각은 여러가지다.

<> 선물시장 작전론 =선물시장에서 일부 세력들이 "작전"을 한 것이 전체
시장에 쇼크로 나타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을 대신해 선물투자를 하고 있는 일부 파이낸스회사들이
"쇼트플레이(선물매도)"를 과도하게 한 것이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을 왜곡
시켰다는 것.

현.선물간 베이시스를 이용한 프로그램매매의 영향으로 지수영향력이 큰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대형우량주가 급등락하면서 시장전체가 요동을 쳤다는
얘기다.

서명석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5월25일 이후 주가지수선물 6월물의
만기일인 6월10일까지 현물과 선물사이의 베이시스 흐름을 보면 이상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6월4일까지 현물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가 9일연속 상승하며 101.9포인트나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는 6월물이 의도적으로
백워데이션이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또 "6월4일부터 백워데이션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틀동안 4천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매수물량이 나왔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남우 삼성증권 이사도 "최근 주가급등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으로서는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1백18엔대로 떨어졌다는 것과 미국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없다"며 "어떤 요인에 의해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는지는 추후에 분석해 볼 과제"라고 지적했다.

주제식 대우증권 선물팀대리도 "최근의 주가흐름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주가지수선물 6월물의 만기일이 접근하면서 나타난 "만기일효과"로
인해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가격의 급등락이 유발됐다"면서도 "만기일
효과만으로는 최근의 주가 폭등락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 투자심리 불안론 =반면 일부세력에 의한 선물시장에서의 "작전"이
주가폭등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김지민 현대증권 금융.선물공학팀장은 "현물과 선물이 폭등락하는 것은
투자심리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물을 통해 현물시장을 움직이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하는게 과거의
경험"이라며 "선물조작설"을 일축했다.

오재열 삼성증권 선물팀과장도 "지난 5월25일부터 6월3일까지 종합주가지수
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물시장에서 백워데이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선물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데서 나온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선물시장이 일방적으로
현물시장흐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펀드매니저클럽 멤버인 김영수 중앙투자신탁 주식운용1팀장은 "가격
변동폭이 상하 15%로 확대되고 외국인투자한도가 없어지는 등 한국증시가
개방화.자유화되고 있는 것이 주가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증시도 가격변동폭이 매우 크다"며 "가격변동에 대한 규제가
없어진 상태에서 최근 투자심리가 불안했던 것이 주가급락의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 향후 전망 =최근 주가폭등락의 원인에는 주가지수선물 6월물과 주가지수
옵션 6월물의 만기가 겹쳐 있는 더블위칭데이(Double Witching Day)였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투신권으로 몰려드는 자금으로 인해 조정다운 조정을 하지 않으면서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마녀가 활동하는 만기일은 끝났다.

외국인들이 모처럼 대규모의 순매수로 돌면서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주가의 폭등락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나인수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팀장은 "85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
으로 내다봤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