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8일 검찰 고위관계자가 지난해 검찰이 한국조폐공사 노조원들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장관부인 옷 사건때와는 달리 강경한 입장
으로 신속하게 결론을 내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오찬행사에 참석하기전 김중권 비서실장으로부터
관련보고를 받았으며 오찬 행사후 즉각 법무장관을 경질했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전광석화처럼 매듭지은 것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끌 경우 메가톤급 파문을 몰고올 것이라는 점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조폐공사 파업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태정 전법무장관을 경질하지
않는다면 노동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은 뻔한
일이다.

특히 검찰이 공공부문 개혁작업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사실이 나타나면
현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회의와 김 대통령의 지지기반으로 여겨
왔던 노동계마저 등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현정권의 존립기반 마저
흔들릴 가능성도 우려했음직하다.

김 대통령은 이날 김태정 법무장관을 전격 경질함에 따라 이러한 부담을
덜수 있게 됐다.

이와함께 "옷로비"의혹 사건으로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던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도 마련했다.

옷사건과 파업유도 의혹으로 인한 파문을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일석이조의
인사가 된 셈이다.

청와대는 파업유도 발언파문이 불거지자 김 장관의 경질여부를 놓고 득실을
저울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을 경질할 경우 옷 사건으로 인한 부담을 덜수는 있으나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청와대는 이와관련, 검찰이 조폐공사파업을 유도했다는 진형구 전대검공안
부장의 발언은 취중에 자신의 공적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나
발언파문을 일으킨 만큼 지휘책임을 물어 김 전장관을 경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김태정 장관의 경질로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을 말끔히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검찰고위간부가 취중이라고 해서 전혀 근거없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게 민심이기 때문이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